[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국내 은행권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현대건설 매각이익, 대손비용 감소로 지난해 14조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올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객 세분화로 주력 타깃 공략=우량 고객에서부터 유스(Youth)고객까지 각 은행은 고객을 세분화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계층별 니즈가 다양한 만큼 세밀한 공략이 필요하고, 한 쪽에서 입소문이 나면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량 고객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국내 부유층(High Net Worth)은 15만9000명, 이들의 금융자산은 445조원으로 추정된다. 증가 속도도 빨라 2008년(8만6000명)에 비해 85% 가량 늘었다. 국내 총 개인 금융자산의 20% 이상을 이들이 갖고 있다. 놓치면 안되는 시장인 셈이다.
대학생 고객도 주요 공략 대상이다. 현재의 경제력은 제한적이지만, 지금 잡으면 평생 충성도 높은 우량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대학생 전용 점포인 '락스타존' 41곳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대학생 금융아카데미, IBK기업은행의 대학생 서포터즈 등도 같은 맥락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특화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중소기업 특화상품, 부동산 서비스시장 진출, 각종 아이디어 신상품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업은행의 상조예ㆍ적금, 국민은행이 하반기에 내놓을 부동산 토탈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제는 주력 분야를 갖는 것이 트렌드"라며 "중소기업대출에 주력한 기업은행이 지난해 개인고객 1000만돌파를 달성한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연합 작전..계열사 연계영업=타깃 고객을 공략하려면 연계영업이 필수적이다. 특화된 은행 상품은 물론 종합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권 순익 자체가 불확실해 금융지주사가 살아남으려면 비은행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연계영업에 주력하는 이유다. 현재 은행이 금융지주에서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보험, 증권, 캐피털 등 다른 업권과의 인수ㆍ합병(M&A)설이 자주 불거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 하나대투증권, 하나SK카드 등과 외환은행의 연계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부터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현금입출금기(ATM)를 공유하는 등 전산 부문에선 이미 통합을 시작했다.
KB금융은 방카슈랑스에 치중된 생보사를 키워 은행고객과 연계할 방침이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ING생명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지주는 이른바 신한형 매트릭스 체제를 통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 인수한 저축은행과의 시너지도 노리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은행창구 연계영업을 허용한다는 말에 저축은행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도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금융에 앞선 투자=스마트금융에서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시시때때 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흐름을 놓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밀리는 탓이다. 시중 은행들은 모두 올해 핵심 사업의 하나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사업을 꼽고 있다.
스마트 브랜치란 스마트 기기를 접목시킨 점포로, 영업점 직원들이 대기 순서대로 고객을 응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스스로 첨단 정보기술(IT) 기기로 원하는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21일 출범한 사이버 영업조직 '스마트금융센터'는 약 3주 만에 상담건수 1000건을 돌파했으며 국민ㆍ기업ㆍ우리은행 등도 올해 중 독자적 스마트브랜치 개점에 나선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고객들 중 지점 창구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받는 고객은 10%, 인터넷 뱅킹과 ATM기를 이용하는 고객이 90%"라며 "앞으로 스마트금융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바뀔 것"이라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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