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음식점 상대로 대량주문 … 차비 빌린 뒤 사라지는 수법만 수년째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김밥집이나 샌드위치 가게를 상대로 3만~5만원을 빌린 뒤 떼먹는 사기꾼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대기업 부장 직함을 앞세워 대량 주문을 한 뒤 돈을 빌리는 수법이 모두 동일범으로 의심되는 상황인데다 수년 전부터 이같은 행각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
작은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글쓴이는 "삼성건설 윤부장이라는 사람이 회사 야유회에 가져 갈 김밥 70줄을 예약했다. 근처 아파트단지에 거주한다며 집주소와 전화번호도 남겼다. 잠시 집에 다녀온다더니 부인이 문을 잠그고 나가 들어가지 못했다며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택시비를 빌려달라고 해 2만원을 건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김밥 값과 택시비 모두 부인이 들려 결제할 것이라며 가게 안에서 버젓이 통화도 했다"고 덧붙였다.
남성의 수법은 매번 동일하다. 깁밥집이나 와플가게, 수육집 등에 들어와 회사 야유회 간식이라는 명목으로 대량 주문을 한 뒤 지갑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음식 값을 계좌로 송금하겠다며 계좌번호를 적어간다. 근처에 사는 주민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 '삼성건설 윤부장'이라고 메모를 남긴다.
매장을 나선 뒤에는 약 10~20분 후에 다시 가게를 방문, 급한 일로 회사에 들어가 봐야 하는데 집에 사람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택시비를 빌려달라며 3만~5만원을 요구한다. 부인이 몇 시간 후에 들려 셈을 치를 것이라고 약속하는 과정도 대부분 일치한다.
피해자들의 글을 종합해 보면 50대로 보이는 말끔한 인상의 이 남성은 유명 아파트 브랜드 로고가 찍힌 작업복을 입고 다닌다. 언변이 자연스러운데다 워낙 대량 주문을 한 탓에 피해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차비 명목으로 돈을 뜯긴 과정도 황당하지만 주문받아 준비한 음식을 팔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자영업자들로서는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사연에는 "작년에 저희 매장에 와서 사기치고 간 윤부장이 거기에도 가셨네요ㅠㅠ(닉네임 인천**)", "얼마 전에 여기도 다녀가셨답니다(솜다**)", "문제의 윤부장은 전국구 같으니 다들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럭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밥 팔아 열심히 사시는 분에게 그런 사기치는 사람 참 나쁘네요(아고**)", "뻔한 수법인데..그래도 많이 안당하셔서 다행이에요(빵이**)" 등과 같은 위로의 말도 눈에 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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