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미래전략 코드2060]“젊은이들엔 인생상담 아내에겐 용돈도 주죠”
맥도날드 ‘메인터넌스’ 시니어 전동화씨
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 반포동 맥도날드 센트럴시티점. 이곳에서 전동화(64)씨는 새로운 인생길을 걷고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남색 유니폼의 이 남자. 예순 살이 넘었지만 ‘메인터넌스(Maintenance) 직원’이란 타이틀을 달고 매장의 유지 보수 관리를 책임지는 전문 인력이다.
“매장에 구비된 토스터 같은 장비들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냉장실에는 양상추 세 박스를 항상 유지시켜야 하고…. 매장에서 사용되는 자재가 부족하지 않게 준비해요. 테이블도 정리하죠.”
근무 시간은 주 5일에 10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30분씩 두 번의 휴식을 갖는다. 원하는 근무 시간을 매장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마다 근무 시간, 월급 등 처우도 다르다. 전씨의 경우 임금은 90여만원. 4대 보험의 복지 혜택도 받는다.
그는 잘 나가던 광고장이였다. 메이저 광고회사에서 20여년간 디자인 및 광고제작을 하다가 2007년 개인 사정으로 퇴직했다. 회사를 나온 뒤 그동안 내재돼 있던 학구열이 불타올라 1년 동안은 배우고 싶었던 러시아어를 미친듯이 공부했다. 이후 4년은 대학, 중용, 논어 등 유학을 익혔다.
“벌이도 없는데 참 하고 싶은 게 많더라고요. 그 중에서 제일 돈이 안 들어가는 게 공부였어요. 오랜만에 열심히 공부하니 재미있던걸요.” 광고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지만 또 많이 쓴 탓에 모아놓은 ‘내 돈’이 거의 없었단다. 그래서 아내에게 용돈을 조금씩 타서 썼다. 처음엔 아내가 수표를 주면서 나가서 망가지지 말라고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돈 얘기를 꺼내면 예민해졌다.
눈치도 보이고 집에 있기도 답답해서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검색했다. 지금 나이대에서 할 만한 건 아파트 경비일 정도 밖에 없었다. 그것도 없어서 못 했다. 그러다가 맥도날드가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시니어 인턴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전씨는 지난해 10월 현장에 투입된 뒤 올 2월에는 기간제 근로자 '메인티넌스 직원'으로 고용됐다. 최종면접에서 나이 어린 사람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무슨 말씀이시냐, 젊은 세대와 광고회사에서 어깨동무하고 다녔는데”라는 대답을 내놨더니 뽑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이 든 사람들은 보통 채용하겠다는 데가 없는데 여기서 일도 하고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출근하면 젊은 직원들이 그에게 하는 인사는 “아버님, 안녕!”. 딸 같아서 다들 예쁘게 보인다고. 쉬는 시간에는 동료 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인생 상담도 해준다. 무엇보다 좋은 건 용돈을 직접 벌어서 쓸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아내에게 일부를 건네주면서 먹고 싶은 반찬도 당당하게 얘기한다니까요. 하하.” 입사 초기에는 실수도 몇 번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일을 알아서 척척이다. 그는 “이런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이 퇴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친구들이 파이팅을 외치면서 격려해 준다. 재취업된 나를 부러워하는 지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150명 이상의 신규 시니어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 김기화 이사는 “열린 채용을 지향하는 맥도날드의 경영 방침에 따라 이미 2000년대부터 시니어 크루(직원) 채용을 진행해 왔다”며 “시니어들이 노련한 인생 경험으로 매장 크루들이 잘 융화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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