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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금융 DNA를 키운다] 금융·경제 양날개 달고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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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사업구조 바꿔 경쟁력 강화<끝>

농협중앙회가 지주회사 체제로 출발하면서 이를 가장 우려한 집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조합원인 농민들이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농협 본연의 업무인 유통판매 등이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농민 단체의 한 관계자는 "농민들의 불만 가운데 하나가 농협이 경제사업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업구조개편도 신용사업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농협측은 이에 대해 "농협 개혁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균형을 맞추고, 궁극적으로 경제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는데 이번 농협 개혁의 숨은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새가 좌우 날개를 펼쳐 균형을 맞추며 날 듯, 농협중앙회 또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 두 축을 중심으로 힘찬 비상을 준비 중이라는 것.

[농협, 금융 DNA를 키운다] 금융·경제 양날개 달고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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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실제 사업구조 개편의 근본 목적인 경제사업을 살리려면 시ㆍ군 단위 이상의 광역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통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과 맞서 시장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다르지 않다.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지주가 중심이 돼 유통 판로를 구축하고 그 안에 조합들이 참여하는 길을 터줘야 한다"며 "특히 판매유통사업은 거래교섭력과 경쟁력을 모두 갖추려면 시ㆍ군 단위 이상의 광역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과, 배 등 품목별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품목 전문화는 시ㆍ군 단위를 넘어, 가능한 전국 단위로 규모화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 유통 전문가의 의견이다. 품목의 규모화를 위해서는 지역 조합의 개혁이 뒷따라야 한다. 지금은 조합 수는 많지만, 규모가 작아 제대로 된 유통이나 판매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지역농협의 자기자본금은 평균 100억원에도 못미치고,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50% 이하인 곳도 적지 않는 등 상당수의 지역농협이 영세하다.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다음 수순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지역농협에 대한 통폐합과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그러나 농협은 아직까지 지역 농협에 대한 개혁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경제지주의 다른 한 축인 농협금융지주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자회사 7개를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자산 규모만 240조원에 달한다. 이 금융그룹이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산망 구축이다. 농협의 금융부문과 경제부문은 아직까지 하나의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다. 방화벽은 설치돼 있지만 구조적으로 한 전산망에서 두 사업이 뒤엉켜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 최악의 전산 사고를 비롯해 전산장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각기 다른 분야의 사업은 전산망을 공유할 수 없다. 그래서 새 농협법에 전산망 분리 조항(3년 내 분리하되 2년간 연장할 수 있다)이 들어갔다. 그동안 한 몸으로 묶여 있던 전산망을 늦어도 5년 안에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전산망은 고객 유치와 직결되기 때문에 늦출 수 없는 과제다. 황의식 박사는 "안정적인 전산시스템은 은행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고객신뢰 회복은 물론 사업구조 개편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협의 낮은 생산성과 수익성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덩치는 크지만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농협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 규모는 1억1900만원으로 국민은행(2억2000만원)과 비교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조직의 안정 또한 금융지주가 발빠르게 대처해야 할 사항이다. 이경원 농협경제연구소 박사는 "과거 농협의 신용사업은 중앙회 회장과 신용대표를 통해 영위됐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된 이상 예전대로 중앙회에 휘둘려선 안 된다"며 "금융지주는 중앙회로부터 독립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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