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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금융 DNA를 키운다] 하나로마트 통해 유통혁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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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동반성장 꿈꾸는 경제지주

#1. 2011년 9월. 경북 포항에서 대규모(1만평)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박모(51세)씨는 한 해 40t 정도의 사과를 수확한다. 그렇지만 지역 농협조합에서 박씨의 물량을 모두 수매하기는 힘들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박씨 입장에선 불가피하게 전체 생산 물량의 80% 가량을 중간 도매상에 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 협상권은 언제나 중간 도매상이 쥐게 된다. 중간 도매상으로 넘어간 사과는 유통 단계를 2~3번 더 거쳐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데, 마트에서 사과를 구입할 때 쯤이면 산지가격의 두 세배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2. 2020년 9월. 박씨는 2~3년 전부터 농장에서 수확한 사과 전량(40t)을 '농협 물류센터'(가칭)에 넘긴다. 전국 각지에 들어선 이 물류센터는 농협이 100% 투자해 건립한 대형 유통ㆍ물류센터로,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납품받아 포장에서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박씨는 매년 안정된 가격에 과일을 팔 수 있는 유통경로가 생겨 마음이 흡족하다. 중간 도매상에게 가격을 휘둘리는 일도 사라졌다. 최대 7단계까지 이르는 유통단계가 농협 물류센터를 통해 3단계까지 줄다 보니 소비자들도 박씨의 사과를 예전보다 20~30%싸게 구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을 계기로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체계의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밀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농협의 유통 체계가 농협경제지주 출범과 함께 '대형 유통그룹'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지난 2일 새로 출범한 농협경제지주에 총 5조9500억원의 자본금이 배정됐다. 농협중앙회 보유 자본금(15조2000억원)의 4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 유통과 판매 사업을 전담하게 되는데, 이 돈은 농산물 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종잣돈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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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 조합원들의 농ㆍ축산물 판매량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청과물의 경우 9.7%, 축산물은 12.8%에 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할인마트들이 앞다퉈 농민들로부터 최대한 싼값에 농산물을 구입해 비싼 값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왔다. 농협의 유통 구조 불안이 고스란히 농민과 소비자의 비용으로 전가된 것이다.

농협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까지 경제사업을 활성화해 농산물 유통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4%에 불과한 도매유통 점유비는 34%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경제 부문을 전국 단위의 판매조직으로 전면 개편하고, 유통ㆍ판매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포장까지 마쳐 전국으로 유통하는 '농협 물류센터'다. 이 물류센터를 통해 수집상, 도매상 등 다른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산지 생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납품해 가격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아울러 직영 하나로마트를 60개로 늘리고, 영세한 2070개 지역농협 하나로마트는 대형화할 예정이다.

농협은 이를 통해 농업인에게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값싼 농산물을 공급하는 제대로 된 '농협의 역할'을 추구해 나갈 계획이다. 유통단계를 줄이는 이 같은 사회적 편익이 8년 뒤면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게 농협의 설명이다.

경제지주 출범에 맞춰 새로 취임한 김수공 농업경제대표는 "이번 농협개혁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경제사업 기능 강화"라며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도 겨룰 수 있는 종합유통그룹으로서 역량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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