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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산책] '고스톱 철학'으로 본 보금자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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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SNS 활용 횟수가 갈수록 늘어난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활용 연령층도 확대일로다. 개인적인 감상은 '친구'의 근황을 알 수 있어 좋고, 공유하면 좋을 정보들은 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얼마전엔 후배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고스톱'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며 구구절절 풀어놓은 내용이었다. 다 늘어놓긴 그렇지만 그 중 두어개만 소개하면 이렇다. 이른바 '낙장불입'이 첫번째. 순간의 실수가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인과응보를 깨우치게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밤일낮장'은 밤일과 낮일을 구분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모든 일은 때에 맞춰 해야 한다는 교훈이라고 소개했다. '고'와 '스톱'도 각각 의미를 담는다. 고는 도전정신과 배짱을, 스톱은 미래의 위험을 내다볼 수 있는 예측력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고스톱만 그런 인생살이의 혜안을 담을까. 세상의 모든 게임 역시 비슷한 풀이를 할 수 있겠다. 포커나 마작 등을 즐긴다는 이들도 한결같이 그 안엔 인생철학이 녹아있다고 평가한다. 곰곰 살펴보면 바둑이나 장기, 체스판도 비슷하고 축구나 야구 등 마니아층이 많은 스포츠도 고스톱처럼 모두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가르친다.

역사를 보면 진퇴를 적절하게 결정하지 못한 경우 쇠락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적절한 진퇴는 찬사를 받고 역사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대표적인 예는 동북아의 열독서 삼국지에 잘 나온다. 풍향의 변화를 미리 알고 화공(火攻)을 펼친 적벽대전에서 유비는 대성공을 거둔다. 제갈량의 미래예측능력과 함께 유비의 적절한 의견 수용과 전술이 시의적절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면, 수적인 열세를 극복해 내기 힘들었으리란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반대로 조조는 최고의 책사 중 하나로 꼽히는 가후의 충언을 무시한 결과, 처절한 패배를 맛보게 된다. 책사인 가후의 조언으로 불과 8년 전 관도대전에서 대승리를 장식한 것을 생각하면 뼈아플 수밖에 없다.

현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임은 불문가지다. 적절한 시기에 재빨리 정책에 대한 진퇴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정책은 취지자체가 좋은 의도에서 나와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되면 효과는 빛을 바랜다. 현 정부가 즐겨찾는 가격억제 정책이 그렇다. 억지로 가격인상을 하지 않도록 하면 일시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원가압박을 받은 공급자들은 용량을 줄인다거나 원료를 싼 것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절하게 된다. 가격을 때려맞춘 성과의 이면에는 낮은 품질의 제품이 양산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가격인상을 막을 수도 없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여야 정치인들의 정책수정 주장은 차치하고 좀더 객관적인 처지인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료를 봐도 정책의 대폭 수정여부가 시급해졌다.

예산정책처의 보고서 내용을 보자. "입주 대상자가 당초 마련된 기준과 달리 선정되고 있다." "수요 대비 50%만 공급되고 있다." "시세차익의 사유화가 우려되는 저가분양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택지가 지나치게 싸게 공급되고 있다."

사업계획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문제점들이 산적해있다는 결론이다. 공공주택 공급 목표를 주거안정에 둬야 하는데, 주거복지와 주거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사업계획이 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최근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주택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민간 연구기관에 맡겨 객관성을 갖춘 평가를 통해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한다.

서민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찬사와 민간 주택공급 위축을 불러오고 개발이익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보금자리주택. 형식적 평가에 머무르지 않고 주택정책을 바르게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굳이 고스톱 철학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때에 맞지 않고, 미래가 예측된다'면 과감히 수정해야 주택시장을 올바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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