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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추격하는 꼬마 미사일...영화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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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주인공 해리와 마법학교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에는 수많은 초상화들이 걸려 있다. 이 초상화들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초상화 속 마법사들은 움직이거나 말을 하고, 액자 밖으로 빠져나와 허공을 날아다닌다.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 속에 둥둥 떠올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영상'이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공상과학(SF) 소설인 이 작품에는 희한한 물고기가 나온다. '바벨피쉬'라는 이름의 작은 노란색 물고기다. 주인공의 귀 속에 들어간 이 물고기는 우주를 헤매는 주인공에게 모든 행성의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해 들려준다. 외국어를 배울 필요도, 사전을 찾아볼 필요도 없는 실시간 자동 통역기다.
소설과 영화가 현실이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인 2022년에는 움직이는 초상화나 '바벨피쉬'의 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 속의 산물로 여겨졌던 이 기술들은 지금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선정, 발표한 '10대 미래유망기술'은 10년 뒤 한국에서도 등장할 신기술들을 추려낸 것이다. 암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과 실시간 음성자동통역기술, 스핀 트랜지스터, 미생물연료전지(MFC), 슈퍼독감백신, 초전도 송전기술,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 바이오 플라스틱, 4G플러스이동통신 기술, 친환경 천연물 농약이 '유망기술'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흥미로운 기술들을 살펴보자. 암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은 암의 종류를 빠르게 파악하고 거기 맞는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이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 낼 수 있는 지표다. 최근에는 암을 비롯해 뇌졸중, 치매 등 각종 난치병을 진단하기 위한 효과적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암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면 암에 걸렸는지, 어떤 암인지, 얼마나 진행됐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맞춤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쉽다. 경북대학교 첨단진단예측 의료기술연구소 이명훈 교수는 "지금까지의 암 치료법으로는 암 세포만을 죽일 수 있는 기술이 거의 없다"며 "바이오마커 기술은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용되는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 세포까지 파괴한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탈모 등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그러나 바이오마커 기술로는 암에만 특별하게 발현되는 단백질을 이용해 약을 만들 수 있다. 이 약을 주입하면 유도 미사일처럼 암세포만을 겨냥해 파괴한다. 이 교수는 "암세포 형태가 비슷하게 보이지만 내재된 특성은 아주 다르다"며 "같은 항암제에도 어떤 사람은 반응이 좋고 어떤 사람은 '약발'이 안 받는데, 이런 특성들을 미리 분석해 줄 수 있는 것도 바이오마커"라고 덧붙였다.

영화 '아바타' 속의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 어떤 각도에서 봐도 실사와 같은 상을 공간 속에 완벽하게 재현한다.

영화 '아바타' 속의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 어떤 각도에서 봐도 실사와 같은 상을 공간 속에 완벽하게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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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은 우리가 흔히 아는 '홀로그램'을 발전시킨 형태다. 스크린이 아닌 공간 속에 실사와 똑같은 상(象)을 재현한다. 이 기술이 발달하면 영화 '해리 포터' 속 움직이는 초상화도 가능해진다. 현재 공연이나 전시 등에서 쓰이는 홀로그램은 '플로팅(floating)'이라는 기술이다. 고해상도 프로젝터로 영상을 내보낸 뒤 거울로 반사시켜 대형 투명막에 비추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진짜같지만 투명막을 이용하는 만큼 한 쪽에서만 볼 수 있다. 반면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은 360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완벽한 영상을 구현해낸다.

실시간 음성자동통역기술은 문서 번역과 달리 구어체로 말하는 것도 자동으로 옮겨 준다. 상황이나 문맥을 파악하고 구어체의 특징인 주어 생략 등을 이해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생물연료전지는 미생물의 촉매 작용을 이용해 유기물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다. 유기성 오염물질이 들어있는 오수나 폐수를 발전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점점 더 강해지는 인플루엔자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슈퍼독감 백신기술, 땅 속이 묻거나 빛을 오래 쪼이면 자연스럽게 분해돼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전송용량을 수십배 늘리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4G플러스 이동통신 기술도 다가오는 10년 경제·사회적 파급력을 지닌 기술들이다.

한편 초전도 송전기술로는 초전도케이블을 이용, 전기 저항을 없애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손실 없이 송전할 수 있다. 친환경 천연물 농약은 식물 추출물 등을 이용해 부작용이 없는 농약으로 향후 화학농약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핀 트랜지스터는 기존 전자소자보다 속도가 빠르고 전력을 적게 사용한다.

KISTEP의 '10대 미래유망기술' 선정은 2009년 시작해 올해가 4번째다. 올해는 선정 과정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전문가와 정부R&D과제 참여 연구진 43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설문을 실시해 후보 기술을 추려내고 KISTEP 연구진들의 내부 투표와 토론을 통해 10가지 기술을 추려냈다. 일반인 100명의 설문조사 결과도 선정 과정에 포함됐다. 선정 결과는 정부 R&D 예산 배분 과정 등에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KISTEP의 손석호 미래기획실장은 "10년 후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기술 위주로 선정했다"며 "아직 대부분이 개발 단계에 있어 시장 규모를 정확히 산출해내기 어렵지만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나갈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는 선정 기준을 더 구체화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손병호 KISTEP 미래전략본부장은 "건강에 영향을 미칠 10대 기술이나 고령화 관련 10대 기술 등 특정 화제나 목적을 중심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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