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일반군 위안부의 실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재일작가 양석일의 신작 '다시 오는 봄'은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정면으로 거론하는 책이다.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1988년작 '피와 뼈'로 재일동포 1세에서 2세로 유전되는 극악스러운 삶의 유전을 그린 양석일이 일본군 위안부에게 시선을 돌린 것이다.
'다시 오는 봄'은 직설적이다. 순화의 몸에 가해진 폭력을 가감없이 서술하고 있는 것. 순화는 난징의 위안소에 도착하자마자 56명의 병사에게 유린당한다. 중국 난징에서 미얀마 랑군과 라멍까지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는 전장에서 위안부들을 상대로 벌어진 학대와 폭력은 읽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하다. 순화와 일본군 위안부들이 전장을 따라 끌려 다니며 인간이 아닌 기계나 짐승으로 소비되고 버려지는 과정을 소설은 빠르게 추적한다.
피해자는 순화뿐이 아니다. 순화와 함께 끌려 온 다른 위안부들의 이야기들도 냉혹하게 그려진다. 살해당하거나 자살하거나 병들어 죽는 위안부들의 모습은 '인류 최대의 성범죄'인 일본군 위안부의 폭력성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폭력을 전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 것은 훼손되었으나 죽지 않는 인간의 생명력이다. 순화와 다른 위안부 동료들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로 버틴다. 전투에서 패한 일본군이 자결을 강요하는 순간에 그들은 참호를 뛰쳐나온다.
다시 오는 봄/ 산책/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1만48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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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