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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찍는 내공을 돈 버는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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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 60년 조폐공사 165일의 혁명···‘글로벌 톱클래스 위·변조방지 기업’ 변신

‘글로벌 톱클래스 위변조방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

‘글로벌 톱클래스 위변조방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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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대담=왕성상 중부본부장


한국조폐공사(KOMSCO)가 창립 60년만에 공기업의 틀을 벗었다. 정부의 화폐조달정책에 따라 공사수입이 정해지던 옛 모습에서 적극적으로 새 수입원을 찾고 외국 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 달 25일 인도네시아 은행권 용지와 같은 달 31일 태국 주화 10바트(Baht) 국제경쟁입찰에서 174억원의 수주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윤영대(67) 사장이 지난해 9월6일 취임한 뒤 ‘글로벌 톱클래스 위?변조방지기업’이란 새 비전을 선포하면서 직원들이 ‘세계로 나가자’는 목표를 갖고 의욕적으로 나서 가능했다.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엔 한국조폐공사가 단순히 ‘돈을 만드는 곳’으로만 알았던 윤 사장은 취임하면서 “돈만 만드는 곳이 아니다. ID카드, 주민등록증, 여권, 외국인등록증 등 문서와 신분증 등도 만드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조폐공사가 하는 일이 아주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업으로는 5만원권이 나오면서 줄어든 1만원권과 수표의 수요를 메우기엔 부족했다. 또 법률적 문제나 정부지침 등으로 화폐생산에서 활동 폭이 매우 좁다. 따라서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커나가는 게 활로였다.

윤 사장이 이달 초부터 9일까지 독일서 있은 세계주화책임자회의(MDC)를 다녀온 것도 세계화폐제조기관들과 교류하면서 함께 열린 세계화폐박람회(WMF)에 공사의 기술을 선보이기 위함이었다.

세계주화책임자회의는 짝수년도마다 열리며 세계에서 자기 나라 주화를 만드는 기관이 회원으로 참가하는 주화관련 최고회의체다. 44개국, 320여 대표들이 참석한다.

이곳에 윤 사장은 금?은으로 만든 여수엑스포기념주화를 갖고 나갔다. 아직 팔지 않은 미공개 작품이지만 트라이메탈(Tri-metal, 3가지 재료로 만든 동전) 코인을 선보여 세계 화폐상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새 사업과 새 시장 개척에 나선 윤 사장을 대전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본사 접견실에서 만나 변화로 용틀임하는 공사의 현주소와 내일을 들어봤다.

◆국내 돈만 만들면 위기, 새 시장 찾아야

윤 사장이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취임, 직원들에게 강조한 건 3가지다. 도전, 변화, 혁신이 다.

윤 사장은 “전통적 핵심사업의 바탕은 자꾸 줄고 새 사업 기반은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새 성장 동력 확충, 새 시장 개척, 새 기술개발, 새 시스템 혁신 4가지를 직원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국내만 쳐다보는 공사가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발돋움하는 ‘New KOMSCO’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5만원권 발행으로 공사경영이 위기’란 이야기는 화폐발행 전부터 나온 말이다. 이미 예상할 수 있었다는 말이고 공사수입이 화폐발행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이래선 계속 적자가 나오는 구조”라며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고 위기탈출구를 외국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시장을 두드리기엔 아직까지 우리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조폐기술수준에 뒤진다. 인지도 또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 조폐회사들에게 도전키로 했다. 윤 사장은 “어차피 외국기관들과의 경쟁이다. 10년 뒤 조폐공사가 위?변조방지전문기업 중 ‘톱(top)5’에 들자는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윤영대(왼쪽에서 두번째, 공사 사기 앞)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왕성상 아시아경제신문 중부취재본부장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윤영대(왼쪽에서 두번째, 공사 사기 앞)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왕성상 아시아경제신문 중부취재본부장의 질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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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Thomas de la Rue(TDLR), 독일의 Giesecke & Devrient(G&D) 등 세계 1등 기업의 매출이 2010년에 2조5000억원이었다. 최소 1조원의 매출을 올려야 5등 수준이라고 한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3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11~12위를 했다. 올해는 공사 매출액 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윤 사장은 “10년 뒤 매출 1조원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경쟁률이 낮은 기업에서 높은 기업으로 도전하자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 ‘새로운 시장개척’, ‘새로운 기술개발’, ‘새로운 경영시스템 구축’이 도전을 위한 과제다.

◆외국사업전문가 영입, 성과 나타나

새 성장엔진 찾기와 새 시장개척을 위해 윤 사장은 공기업에서 잘 하지 않던 해외사업전문가를 영입했다. 조폐공사 입장에선 60년 만에 첫 전문가 공모다.

윤 사장은 “과거의 공기업 경영시스템은 안정성과 공신력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며 “환경이 달라졌으니 그에 따른 조직과 구성원들도 바뀌어야 하고 변화와 혁신을 위해 인사의 틀도 깼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외국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김철진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자문역을 해외사업이사로 영입했다. 이달 들어선 송문홍 홍보협력실장을 외부공모로 발탁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윤 사장은 “공공부문은 내부에 없는 역량을 밖에서 수혈하는 것에 대해 낯설어하는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꼼꼼하게 보완하는 게 바로 변화와 혁신”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국내시장만 보는 공기업이 아니라 외국시장을 들여다봤다. 해외시장도 화폐주조입찰에서 벗어나 특수안료, 특수잉크, 플랜트수출 등 판매품목들을 다양화했다.

윤 사장은 “공사의 수출시장과 품목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보안용지, 주화 등을 수출하는 정도였다”며 “이제는 품목을 여러 가지로 늘려 전자여권, 신분증 등 ID분야 수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가입한 188개 나라 중 전자여권을 들여온 곳은 100여 국가다. 공사는 아직 전자여권을 내놓지 못하는 저개발국가, 전자여권을 들여왔으나 차세대 전자여권 도입을 추진 중인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전자주민등록증 발급에 맞춰 해외시장도 파고든다는 장기계획도 세워 놨다.

이런 바탕엔 남보다 뛰어난 기술,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야한다는 기술개발 노력이 뒤따른다.

화폐에선 위·변조방지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5만원권의 위?변조방지기술은 22가지나 된다. 은행권을 오래 쓰며 싸게 만드는 기술도 한국조폐공사의 중요한 ‘무기’다.

여기에 조직과 인사 등 경영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기존 시스템으론 새 성장엔진, 새 시장, 새 기술개발에 맞추기가 쉽잖다.

‘회전문식 인사’라는 돌아가는 식의 인사가 윤 사장 취임 전까지 있었다. 승진할 때도 연공서열을 중요시했다. 윤 사장은 일명 ‘짬밥 고참’ 순의 승진관행을 고쳐 그 사람의 평가, 업무실적 중심으로 승진인사를 했다.

여기에 사장에 대한 업무보고도 담당자까지 사장실에 들어오도록 해서 함께 보고토록 했다. 이 또한 조폐공사 창립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보고채널을 줄이고 소통 활성화를 위해 윤 사장은 1500여 임·직원(3개 공장, 본사)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고 직원들과의 번개모임도 가졌다. 이를 통해 고충을 듣고 해법도 찾고 있다.

윤 사장은 “조폐공사를 단순한 국내 공기업의 하나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윤영대 사장은.

윤 사장은 1946년 3월 경북 울진서 태어나 국립체신고,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12회)에 합격, 공직에 발을 디딘 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재정경제원 예산총괄심의관, 통계청장,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국립서울산업대 행정학과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예전엔 테니스를 자주 쳤지만 요즘은 시간이 없어 거의 하지 못한다. 대신 집에서 가까운 낮은 산을 하이킹 삼아 오르내린다. 담배는 피지 않고 주량은 소주 반병 정도다.
정리=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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