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서울 한식당, 천덕상 조리장
1000개 레시피 개발 세계에 전파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외국에 있는 우리나라 공관에서 한식을 제대로 내놓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첫발입니다."
그는 군시절 취사병 생활을 하면서 요리에 흥미를 느꼈다. 제대 후 1988년부터 롯데호텔에서 죽도록 한식에만 매달렸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우리나라 최고급 한식당의 메인 셰프가 됐다. 문화부장관상과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
청와대 주요 국빈만찬은 항상 그의 몫일 정도로 천 조리장의 솜씨는 정평이 나있다. 입맛이 까다로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2009년) 당시 천 조리장의 불고기를 맛본 후 조금 더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열린 '마드리드 퓨전'의 만찬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이 레시피를 해외 공관에 나가있는 요리사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천 조리장은 "외국에서 일차적으로 한식을 전파하는 곳이 한국의 공관인만큼 그 곳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에게 한식을 제대로 배우게끔 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외교통상부와 협의를 통해 해외 각 나라에 퍼져있는 한국 공관들의 요리사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정기적으로 교육한다.
그의 한식 사랑은 남다르다. 음식은 물론이고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에도 한국의 맛을 담기 위해 모두 전문업체로부터 주문 제작했다. 그릇 비용만 총 3억원이 들어갔다. 외국 손님들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해 포크 보다는 수저를 먼저 내놓는다.
그는 특급호텔에 한식당이 별로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국내 특급호텔 19개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단 4곳 뿐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김치전 하나 부치더라도 3~4명 달라 붙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탓이다. 그의 노력이 반영돼서인지 '무궁화'의 하루 매출은 호텔내 한식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외국인 손님 비율도 절반을 넘는다.
1급 셰프인 천 조리장도 집에선 부엌 출입을 자제한다. 그러나 고1, 고2 자녀들을 위한 특별 보양식을 위해선 본인이 직접 나선다. 천 조리장은 "한식은 맛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다.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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