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스페인) = 고형광 기자] "요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적다. 근시안적 사고는 오래 못 간다. 10년, 20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권 회장은 부인과 함께 현재 한국에서 추진중인 호텔사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길이었다. 공항에서 그를 만나 성공신화의 뒷 얘기를 들어봤다.
경북 울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60년 중반 '대양에 나가 큰 꿈을 펼쳐보겠다'는 야망을 품고 무작정 원양어선을 탔고, 당시 한국과 어업협정을 맺어 한국 어선에 기지를 제공했던 스페인의 작은 섬 라스팔마스로 향했다. 몇 년 후 그곳에서 버려지기 직전의 어선 1척을 구입해 직접 원양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국의 공직 문화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외국 기업 임원들이 만날때마다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실무자가 너무 자주 바뀌어 계약 내용을 수시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이 시기에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기부 천사'로도 불린다. 자신이 보유한 시가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지방의 한 대학에 기증했고, 학생들을 위해 지원한 장학금 현금 규모만 100억원에 이른다. 애국가 작곡가인 고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 유가(遺家)를 사들여 정부에 기증한 것도 권 회장이다. 그는 "돈을 벌어 보람있게 쓸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다 어려운 사람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권 회장은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소형차를 손수 운전하고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이용할 정도로 검소하다. 그는 "스페인은 장관도 개인 드라이버 없이 소형차를 혼자 운전하는 나라다. 이런 곳에서 40년 정도 살다보니 그 문화가 몸에 뱄다. 남다를 것 없다"고 했다. 이날도 권 회장 부부는 본인들의 짐을 직접 끌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마드리드(스페인)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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