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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강경호 '아버지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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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드러낸 고목처럼
하나 남은 아버지의 이,
우리 가족이 씹지 못할 것 씹어주고
호두알처럼 딱딱한 생 씹어 삼키기도 했던
썩은 이가
아직도 씹을 무엇이 있는지
정신을 놓아버린 채 든 잠 속에서도
쓸쓸하게 버티고 있는가

강경호 '아버지의 이'

■ 시인은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보았다. 큰 수술을 받으시고난 다음, 곤하게 주무시고 계시는 아버지. 그가 문득 벌린 입 속에 치아 하나가 보인다. 이것저것 다 빠지고 마지막 남은 이 하나.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마음 속에, 가만히 오열이 일어난다. 어린 시절 딱딱한 먹이를 씹어주셨을 튼튼한 이가 저 지경으로 될 때까지 그가 감내했을 수고가 떠오르는 것이다. 아버지는 견고한 세상을 씹어, 가족에게 부드럽게 만들어 먹여주던 존재가 아니었던가. 저 치아는 바로 아버지 그 당신이시다. 오직 치아 하나로 남은 그의 생은, 고독한 말년의 풍경과도 같지 않은가. 거친 호흡 속에 비명(碑銘)도 없이 서있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비석 하나. 마지막 이빨.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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