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그의 출신(노동자, 좌파)을 보고 성장보다 분배, 기업보다 노동자, 경제보다 복지중심의 정책을 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룰라는 '삼바리더십'을 통해 브라질 경제를 춤추게 했다. 집권기간인 2003∼2009년 8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를 기록했다. 이전 20년간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퇴임하는 해인 2010년에는 7%가 넘는 성장률을 냈다.
지구 반대편에서 한 해에 4.11총선과 12.19 대통령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에는 경제민주화 열풍이 불고 있다. '맞춤형복지'(새누리당), '보편적복지'(민주통합당)라는 포장만 다르지 내용물은 비슷하다. 남녀노소, 모든 계층에 복지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복지에 필요한 지출은 1%(고소득자와 대기업)에서 갹출하겠다는 점도 공통된다.
민주당은 재벌을 개혁하고 대규모 증세를 한다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현재의 왜곡을 시정하고 일부 증세를 한다는 것이다. 당명을 빼고 총선공약만 놓고 보면 어느 당 공약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소득세는 상위1%가 전체 소득세수의 45%를 내고, 법인세는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80% 이상을 내고 있다. 반면에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중 소득세를 내지 않는 비율은 40%에 이른다. 인구로는 840만명에 해당된다.
과세와 탈세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은 매우 정교하고, 까다롭고, 이해가 첨예하다. 이에 비해 증세는 쉽다. 이대로라면 여야 누가 정권을 잡든, 다수당이 되든 분배에 올인할 것이다. 5년 뒤에는 실패한 분배정책을 놓고 서로 네 탓 싸움을 할 게 뻔하다. 욕 하면서 닮는다지만 여야 모두 자신들의 실패를 교훈 삼은 반면교사는 없어 보인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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