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내 돈 10억원을 투자했다면 과연 이 매장에서 장사를 할까?'
심혁기 네이처리퍼블릭 국내영업본부 차장(34)은 화장품 브랜드숍 신규개설을 하기 전에 항상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직업군인 출신인 그는 10년 전 지인의 소개로 화장품 영업에 뛰어들어 현재 네이처리퍼블릭 내부에서 손꼽히는 영업맨이 됐다.
“제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1번은 믿음이에요. 점심도 점주님들과 먹고 저녁도 점주님들과 먹어요. 인간적으로 서로 믿을 수 있어야 그 후에 일이 되죠. 처음부터 숫자로 다가가거나 이용하려고 생각하면 절대로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아쉬운 소리 할 때도 솔직하게 말하죠.”
“한번은 가맹상담을 하는데 이 분이 엄청 실패를 많이 겪으신 분이더라고요. 사업도 여러 번 실패하시고 가정생활에서도 안 좋은 일을 겪으시고. 그런데 정말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하셨고 그만큼 절실해 보였어요. 밤 12시에도 같이 매장 낼 자리를 보러 다녔거든요. 그분을 보면서 이분은 정말 잘돼야 한다는 생각에 제가 사업하고 싶었던 자리를 그분께 과감히 양보했어요.”
결과는 대박이었다. 늘 실패만 해 왔다던 가맹점주가 2호점까지 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엄청난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매장은 자리를 잘 잡아서 내는 것이 다가 아니라 꾸준한 관리도 필수다. 가끔 게으르거나 기본을 지키지 않는 점주는 찾아가서 따끔하게 혼을 낸다. 직업군인 출신답게 혼낼 때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저는 그런 분 있으면 찾아가서 그냥 엄청 혼내요. 그것도 그 전에 쌓인 인간적인 친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매출이 떨어진다고 직원을 내보내거나 판촉물, 샘플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점주에게는 오히려 반대로 하라고 조언을 하죠. 장사가 안될 때 오히려 더 투자를 해줘야 해요. '본사에서 이만큼 지원을 해 줄테니 점주님도 이런저런 것을 더 투자해라' 오히려 더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해요.”
화장품 사업만 20~30년 해온 베테랑 점주들이나 독특한 성격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4차원 점주, 다양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배우는 점도 많다.
“이상한 상품을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분도 엄청 많아요. 사업하시는 분 중에서 독특한 성격을 가지신 분이 많고요. 그런데 그런 분이 장사는 또 잘해요. 겨드랑이 미백제품도 점주님 아이디어였어요. 과연 팔릴까 반신반의했는데 대박이 났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술자리도 일부러 만들어서 즐기는 심 차장. 하지만 그에게도 절대 어기지 않는 철칙이 있다. 큰 계약, 중요한 미팅 전날에는 절대 술을 먹지 않는 것. 또 부지런해야 장사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쉼 없이 발품을 판다고. 어느 상권이 궁금하면 심 차장에게 물어 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요즘에는 인천 쪽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클 수 있는 곳이니까요. 사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절대 지인을 통해 편협한 정보를 얻거나 투자상담만 믿고 무모하게 하시면 안 됩니다. 수소문하고 엄청난 발품을 팔고 철저하게 끝없이 분석하세요.”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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