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지나면 '먹통 금융' 너무한다
은행·카드·저축銀 잇단 전산장애,,과부하 탓만
책임 물을 수 있는 리스크 대응체제 구축 시급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연초부터 금융권의 불안한 전산시스템이 고객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설 연휴 직후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에서 일시적이나마 전산장애가 잇따라 발생한 것.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긴급히 사태파악에 나서는 한편 근본적인 대응체제에 착수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 연휴 다음날인 지난 25일에 우리은행과 부산은행, 롯데카드, 솔로몬저축은행, 키움증권 등에서 전산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25일 오후 4시쯤부터 자동현금입출금기(ATM)와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의 접속이 지연되다가 오후 5시 30분쯤 정상화됐다. 이에 앞서 부산은행도 새로 구축한 전산시스템 속도가 10여 분간 늦어지면서 고객 불편을 초래했고, 솔로몬저축은행도 시스템 과부하로 온라인뱅킹업무에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특히 키움증권은 25일 오전 30여 분 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신규 가입 고객 접속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롯데카드는 전산망 환경을 제공하는 데이콤에 문제가 생겨 이날 단속적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5개 금융업체 전산장애 원인을 조사했으며, 키움증권의 경우 추가 점검을 진행중"이라며 "해킹 등 사이버테러와는 무관했지만, 일시적인 거래량 폭주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서버 용량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연휴 다음날이 월급날과 맞물리면서 시스템 과부하가 걸리는 업체들이 많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터에 전산장애가 빈번해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고객들에게 상황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업체들의 무사안일한 대처에 대해 확실한 제재 기준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감원이 전산사고에 대한 경영자 책임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아직 세부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업체들을 제대로 구속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한 이 같은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IT보안강화종합대책에는 전산사고 발생에 대해 경영진 등의 책임을 명확히 묻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제재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금전피해액, 고객정보유출 건수, 장애시간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5월까지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최고보안책임자(CISO)에 대해서도 금융업체들이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체들로서는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는 직급이 높을수록 해당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노력에 나설 것"이라며 "CISO 지정과 함께 IT관련 부서를 사장 직속으로 편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습적으로 전산장애를 일으키는 금융업체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내리는 방법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일에 이어 이달 들어 두 번째 전산장애가 발생했고, 솔로몬저축은행도 지난해 설 명절 연휴 직후 시스템 과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작동 이상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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