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주기 싫은 집주인… 월세가기 숨찬 세입자…
설 연휴가 끝나고 이사철이 다가오며 전ㆍ월세 시장이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전세 놓기 싫은 집주인과 월세 살기 싫은 세입자간 팽팽한 신경전은 방향타를 잃은 주택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같은 현상은 노원구 외 일반주택이 밀집된 성북구 등에서도 눈에 띈다.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J공인 대표는 "흔히 말하는 '전세난민'은 전세만 찾다 포기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기존 전세물건은 월세로 전환되고 비교적 높은 월세물건까지 아직 시장에 깔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 집단간의 눈높이 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임대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다.
◇"임대사업은 복지사업이 아니다"= "비워놨음 비워놨지, 전세는 안줍니다. 은행이자 받아봐야 티도 안나고 그렇다고 목돈 굴리기도 불안해서요." 성북구 종암동에 거주하는 이종길씨(가명ㆍ59)는 올초 본인 소유 빌라에 거주하던 전세입자 6세대 중 4세대에게 월세 전환을 통보했다. 4세대 모두 계약만료가 2월인데다 더이상은 돈을 굴리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내년초 계약이 끝나는 나머지 2세대에게도 월세전환을 통보할 생각이다. 세입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임대사업이 복지사업도 아니고 더이상 손해보기 싫다는게 이씨의 속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투자시장이 불안정한데다 은행이자도 만족을 주지 못해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라며 "월세 수익률이 전세보증금 수익률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점을 감안하면 월세비중은 매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세로 탕진하기 싫다"= 올해 대학교 3학년이 된 늦깎이 대학생 차민창씨(30)는 설 연휴동안 고시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기존에 살던 8000만원짜리 반지하 전세를 계약종료와 동시에 보증금 1000만원, 월 50만원의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집주인의 통보를 들어서다. 차씨는 "전문대 졸업하고 다니던 회사서 모은 돈을 월세로 탕진하기 싫었다"며 "그렇다고 전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고시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이 야속하기만 하다.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지불하는 부담에다 한 집에서 월세를 올리면 옆 집에서도 덩달아 올리려는 분위기 탓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가을 이사철이 시작된 9월 전국 평균 월세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3.1% 치솟으며 1996년 4월(3.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서울시 월세거래량이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세→월세' 전환율이 치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월세는 매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차씨는 "매년 줄어드는 전세물량에 매달 치솟는 월세로 졸업 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도 내집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개인재산을 마음대로 굴리겠다는 집주인을 탓할 수도 없어 속만 끓인다"고 털어놨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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