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119 전화 논란은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당장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다. 네티즌들은 김 지사의 고압적인 119전화 녹취록을 패러디한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등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날랐다. 또 관련 글들이 무차별적으로 인터넷에 살포됐다. 덕분에(?) 김 지사는 김정일 사망을 누르고,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이틀연속 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지사는 암에 걸려 요양 중인 지인 병문안을 위해 경기도 남양주를 찾았다. 김 지사는 지인의 아내로부터 남편이 위독할 때마다 직접 운전해 서울 병원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어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특히 각 소방서에 산소마스크 등이 장착된 중형 구급차량이 보급된 사실을 알고 있던 김 지사로서는 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 같은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9차례에 걸쳐 자신의 신분을 밝혔지만 전화를 받은 2명의 소방관은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김 지사는 도내 소방서에 장난전화도 성실히 받도록 특별지시를 내렸다. 특히 사건이 발생했던 남양주소방서는 그 어떤 곳보다 장난전화 등에 대해 잘 대응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실상은 자신의 생각과 너무 달랐다.
김 지사는 소방서의 119전화 응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저한 교육을 지시했다. 2명의 소방관에 대한 징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그러나 도 소방재난본부가 2명의 소방관을 나흘 뒤 가평과 포천으로 발령내고, 김 지사와 소방관들 간 대화 녹취록이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유포되면서 상황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29일 오후 4시 도 소방재난본부를 방문,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2명의 소방관을 원직 복귀토록 지시했다. 이어 다음날인 30일에는 남양주소방서를 찾아가 해당 소방관들을 직접 만났다. 이로써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복병'은 또 있었다. 임진년 새해 업무가 시작된 첫 날인 2일, 경기도가 올 연말부터 현재 119를 통해 받고 있는 11종의 생활민원 전화를 25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억측들이 난무했다. 김 지사가 보복차원에서 소방관들의 업무를 늘렸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119전화의 생활민원 확대는 이미 지난해 6월 결정된 것이었다.
이후에도 119관련 논란은 끊임없이 김 지사를 괴롭혔고, 김 지사는 이날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통해 새로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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