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2011년은 일본 국민들에게 최근 10년간 가장 기록될 만한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된 3·11 도호쿠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태는 일본인들의 삶을 크게 바꾼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일본 경제 역시 큰 폭의 부침을 거듭했다. 지난 세계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디플레이션 탈출 등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했던 일본 경제는 대지진·원전사태에 따른 부품수급망 차질 등으로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기계 등이 부진에 빠졌다. 미국 경제 둔화와 유로존 부채위기 등에 올 한해 국제 금융시장이 안전자산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는 등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판은 올해 일본 경제계의 최고 ‘뉴스메이커’ 1위에서 10위까지를 선정했다. 1위는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회장, 2위는 시미즈 마사타카 도쿄전력 회장, 3위는 아키오 도요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꼽히는 등 올해 일본 경제의 주요 사건들이 반영되어 눈길을 끌었다.


▲ 1위 : 카를로스 곤(닛산자동차) = WSJ와 다우존스인사이트는 2011년 한해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경영인으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자동차 회장을 꼽았다. 일본 재계에서 가장 보수가 높은 외국인 경영자이기도 한 곤 회장은 올해 일본 자동차 업계가 ‘엔고(高)’로 시련을 맞은 가운데 가장 목소리를 높인 인물로 꼽혔다. 그는 기록적 엔고에 맞서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밝히는 한편 일본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요구했다.

▲ 2위 : 시미즈 마사타카(도쿄전력) = 올해 하반기 들어 그는 거의 잊혀진 인물이 됐다. 그러나 대지진과 원전사태가 터진 직후인 3월 이후 당시 도쿄전력 사장이었던 그의 이름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원전폭발 직후 기자회견에 나온 뒤 고혈압에 따른 병가를 핑계로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그에 대한 여론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그는 5월 불명예 퇴진했다.


▲ 3위 : 아키오 도요다(도요타자동차) = 일본 산업계를 대표하는 최대 자동차메이커의 수장인 도요다 사장은 매년 뉴스 결산마다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특히 올해 11월 열린 도요타 가즈 레이싱페스티벌에서 도요다 사장은 도요타의 새 콘셉트 스포츠카 FR86을 레이서 복장으로 직접 몰고 등장해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수 차례 세계적 경기에 참가한 베테랑 레이서이기도 하다.


▲ 4위 : 마이클 우드포드(올림푸스) = 지난 10월 취임 6개월만에 “일본식 경영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전격 경질된 우드포드 사장은 해임이 부당하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올림푸스 기업인수 과정에서 과다한 비용이 지출됐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후 사건이 확대되면서 올해 일본 재계 최대 스캔들이 된 올림푸스 회계부정사건의 전모가 낱낱이 드러났다.


▲ 5위 : 손정의(소프트뱅크) = 일본을 대표하는 IT 경영자이기도 한 마사요시 손(손정의) 사장은 올해 예전과는 사뭇 다른 소식으로 여론에 회자됐다. 3·11 대지진을 맞아 그는 개인 기부금로는 최대인 100억엔(1300억원)을 선뜻 내놓는 한편, 사재를 털어 자연에너지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전국에 태양광발전소 10곳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는 등 원전 사태를 계기로 탈원전·대체에너지 개발 담론을 적극 이끌었다.


▲ 6위 : 하워드 스트링거(소니) = 올해 소니와 소니 최초의 외국인 경영자 하워드 스트링거 CEO는 곤혹스런 한 해를 보냈다. 연이은 해킹 파문으로 명예가 실추된 데다 7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TV사업부문, 주요 수출시장인 미·유럽의 부진, 자연재해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소니는 올해 4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링거 CEO는 일각에서 제기된 사임설을 반박했지만, 히라이 가즈오 부사장이 그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 7위 : 스즈키 오사무(스즈키) = 영세업체 스즈키를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주역 스즈키 오사무 회장은 올해 세계 1위 자동차메이커가 된 폭스바겐과 제휴관계 해소를 선언하고 폭스바겐이 보유 중인 스즈키 지분의 매각을 요구했다. 폭스바겐 측이 약속과 달리 기술 이전에 미온적인데다 스즈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이유였다. 양측간 감정싸움이 격화된 가운데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 8위 : 이와타 사토루(닌텐도) = 한때 세계 게임업계를 지배했던 일본 게임업계의 대표주자 닌텐도는 야심차게 내놓은 휴대형 ‘3DS’의 매출 부진으로 투자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발매 6개월만에 가격을 40% 깎는 초강수를 내렸다. 이와타 사장은 연말 홀리데이 시즌 매출 증가와 내년 출시할 차세대 기종 ‘Wii U’ 등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스마트폰·태블릿의 보급으로 기존 게임업체들의 입지가 날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망은 밝지 않다.

AD

▲ 9위 : 이나모리 가즈오(JAL) = 교세라·KDDI의 창업주로 일본 재계의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베테랑 이나모리 회장은 78세의 나이에 무보수로 법정관리 중인 일본항공(JAL)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JAL은 올해 3월 채무를 청산하고 14개월만에 법정관리를 탈출했으며, 올해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순조로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 10위 : 이가와 모토타카(다이오제지) = 재벌 3세 회장이 도박에 빠져 회사돈을 탕진했다 쇠고랑을 찼다. 47세의 이가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자회사로부터 100억엔이 넘는 자금을 횡령해 마카오·싱가포르의 카지노에서 탕진했다가 11월 일본 검찰에 구속됐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