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후 북한 어디로 가나? ②후계 안착화 필수조건은 경제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후계자로 공식 선언한 김정은에게 안겨진 최대 과제는 북한체제의 안정이다. 체제 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경제상황만을 놓고 보면 김정은은 최악의 환경에서 정권을 이양받았다. 기업으로 따지면 이미 도산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경영권을 넘겨받은 셈이다. 지난 2009년말 단행한 화폐개혁의 실패, 올여름 일부 지역 수해까지 겹치며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3명중 1명인 840만명이 영양부족상태다.
식량부족은 이미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 2012년엔 더구나 김정은 30세 생일(1월 8일), 김정일 탄생 70주년(2월 16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4월 15일)등 이벤트가 이어진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식량부족은 극복해야할 1순위 과제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외국에서 서양문화를 접한 만큼 개혁ㆍ개방에 아버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북한이 2009년부터 중국과 나선경제특구를 싱가포르와 비슷한 국제무역지대로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는 데도 김정은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개방개혁은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선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지만, 동시에 개방 자체는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개방의 폭과 속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일단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정책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선과 황금평 경제무역지대 개발,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 모두 김위원장이 생전에 추진한 정책이다. 특히 가스관 사업의 경우 북한은 통행료로만으로 연간 최대 1억달러를 챙길 수 있다. 게다가 김정은 체제를 주변국으로부터 추인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사업에 어깃장을 놓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북한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 경우다. 가스공사는 2년 전에도 러시아 시베리아 천연가스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 육상을 경유하는 PNG 방식을 제안했다가 북측이 터무니없는 '대가'를 요구해 포기한 바 있다. 새 북한 경제 지도부가 어떤 제안을 해올지가 관건인 셈이다.
개방개혁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식량원조를 받는다면 지난 1990년대 붕괴된 배급제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크다. 배급제는 체제를 유지하는 동력이자 유효한 사회통제 수단이다. 지방으로 배급제가 확대된다면 그만큼 통제가 쉬워진다는 의미다. 북한내 배급으로 살아가는 인구는 평양시민 260명과 북한군 120만명 등 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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