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퍼펙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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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같은 분야에 속한 두 라이벌의 대결 구도로 진행되는 영화는 언제나 짜릿하다. 당연하게도 두 라이벌 구도가 가장 빛을 발하는 영역은 스포츠 장르의 영화다. '퍼펙트 게임'(제작 동아수출공사ㆍ다세포클럽ㆍ밀리언스토리)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아는 프로야구의 두 걸출한 투수이자 라이벌, 고(故) 최동원과 선동열의 실화에서 기초한 영화. 그 중에서도 두 투수가 맞붙은 1987년 부산 사직야구장 매치다. 이전까지 통산 1승 1패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둘의 세 번째 대결로, 두 투수는 연장 15회까지 공히 200개가 넘는 공을 뿌려대는 초인적 파워를 과시했다. '퍼펙트 게임'은 30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승부로 손꼽히는 '황금팔' 최동원과 '고무팔' 선동열의 '미친'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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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스캔들'(2009)의 박희곤 감독이 연출한 '퍼펙트 게임'은 극 초반 최동원과 선동열을 선명하게 대비시킨다. 최동원이 야구 하나만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고지식한 타입이라면, 선동열은 전형적인 '만만디' 천재다. 야구를 빼면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두 라이벌이 서로를 밟기 위해서가 아닌, 오직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모든 것을 건다는 식이다. 만약 '퍼펙트 게임'이 흥행작이 된다면 이는 극 중 최동원과 선동열을 연기한 조승우와 양동근 덕분이다. 조승우와 양동근은 캐릭터의 단순한 재연이 아닌, 두 선수의 모든 것을 몸으로 체화했다.


안타깝지만 장점은 딱 거기까지다. 영화로서 '퍼펙트 게임'의 외적인 완성도는 참담하다. '슈퍼스타 감사용' '스카우트' 'YMCA 야구단' 등 논픽션에 드라마틱한 픽션을 섞어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안겼던 성공적인 야구 영화들과는 달리 '퍼펙트 게임'은 그저 둘의 전사(前史)를 묵묵히 재연한다. 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 장면도 박진감과는 철저히 거리가 있으며, 왜 선동열이 최동원을 그의 최고 라이벌로 삼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실종됐다. "굳이 다 아는 사실을 다시 들먹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다른 점을 애써 외면하려 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면, '퍼펙트 게임'은 흡사 각본이 없는 영화처럼 보인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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