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갑작스레 전해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경제팀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외부 행사에 참석했던 박재완 장관은 청사에 발을 들이자마자 청와대의 연락을 받고 중앙청사로 차를 돌렸고, 경제정책국과 국제금융국엔 비상이 걸렸다. 주요 간부들은 부리나케 청사로 돌아와 사태의 추이를 살폈다.
정부는 20일 오전 소집한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도 경제 체력을 강조했다. 회의를 주재한 신제윤 차관은 "밤새 거래된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신용위험도) 프리미엄이 전일 종가에서 4bp(베이시스 포인트·100분의 1%) 떨어졌고,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원화 환율이 유지됐다"면서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과 외화자금 시장을 점검한 결과 큰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북한의 향후 권력 구도는 불투명하다. 권력 투쟁에서 승리해 탄탄한 입지를 다져놨던 김 위원장과 달리 아들 김정은은 지지 기반이 약하다. 군부 쿠테타 등으로 북한 정세가 급변한다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뒤 이틀이나 이를 감추다 짜여진 수순대로 세계에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이는 북한 정권이 나름대로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면서 정세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박재완 장관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밤 사이 유럽과 미국의 주식·외환 시장에서 김정일 사망이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
정부는 환율 급변동 등 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움직임도 시작됐다. 정부는 신제윤 차관이 이끄는 관계기관 종합 비상대책팀을 꾸려 ▲국제 금융 ▲국내 금융 ▲수출 ▲원자재 ▲생필품 ▲통화관리 등 6개 분야를 24시간 살피고 있다. 부처별 비상 상황실도 설치됐다. 재정부는 강호인 차관보가 책임지는 비상 상황실을 꾸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비상금융상황 대응팀'과 '비상금융 통합상황실'을 설치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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