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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긴박한 경제팀 "신평사들 연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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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신평사들 연락했어?" 19일 오후 과천 기획재정부 7층 대회의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한 신제윤 1차관이 제일 먼저 꺼낸 말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의 의견은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 차관은 "신용등급에 영향이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서야 회의를 시작했다.

점심시간, 갑작스레 전해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경제팀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외부 행사에 참석했던 박재완 장관은 청사에 발을 들이자마자 청와대의 연락을 받고 중앙청사로 차를 돌렸고, 경제정책국과 국제금융국엔 비상이 걸렸다. 주요 간부들은 부리나케 청사로 돌아와 사태의 추이를 살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이 당장 시장을 뒤흔들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학습효과'때문이다. 2006년 핵실험 당시나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피격 사건 직후에도 금융시장은 잠깐 흔들리다 이내 평정을 찾았다. 지금보다 시장 개방도가 훨씬 낮기는 하지만,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7월 11일) 주가는 7.5포인트(0.8%) 떨어지고, 환율은 0.3원(0.04%) 뛰는 데 그쳤다.

정부는 20일 오전 소집한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도 경제 체력을 강조했다. 회의를 주재한 신제윤 차관은 "밤새 거래된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신용위험도) 프리미엄이 전일 종가에서 4bp(베이시스 포인트·100분의 1%) 떨어졌고,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원화 환율이 유지됐다"면서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과 외화자금 시장을 점검한 결과 큰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북한의 향후 권력 구도는 불투명하다. 권력 투쟁에서 승리해 탄탄한 입지를 다져놨던 김 위원장과 달리 아들 김정은은 지지 기반이 약하다. 군부 쿠테타 등으로 북한 정세가 급변한다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정권 붕괴로 대규모 탈북 사태가 벌어지거나 준비 없이 통일을 맞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내년 성장 전망이 어두운 지금, 가난하고 위태로운 군사대국과 맞닿아 있는 한국 경제는 미덥지 않다. 신평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뒤 이틀이나 이를 감추다 짜여진 수순대로 세계에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이는 북한 정권이 나름대로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면서 정세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박재완 장관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밤 사이 유럽과 미국의 주식·외환 시장에서 김정일 사망이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
정부는 환율 급변동 등 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움직임도 시작됐다. 정부는 신제윤 차관이 이끄는 관계기관 종합 비상대책팀을 꾸려 ▲국제 금융 ▲국내 금융 ▲수출 ▲원자재 ▲생필품 ▲통화관리 등 6개 분야를 24시간 살피고 있다. 부처별 비상 상황실도 설치됐다. 재정부는 강호인 차관보가 책임지는 비상 상황실을 꾸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비상금융상황 대응팀'과 '비상금융 통합상황실'을 설치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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