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을 살리자④] 해법은 뭔가.."규제 장애물을 치워라"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건설산업. 과연 건설경기 침체의 터널을 빠져 나올 탈출구는 없는가.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와 일감 부족, 금융권의 자금 압박 등으로 건설업체들의 경영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위기에 처한 건설업을 하루빨리 살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도 건설사가 계속 늘어날 경우 건설 및 주택 공급시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범 정부 차원의 신속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건설ㆍ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과 선택이 없이는 현재의 '건설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공공 부문 건설 투자 확대, 금융당국의 융통성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운용,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반시장적 규제 빨리 풀어야"=주택시장 침체가 건설산업 위기의 진원지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분양시장과 거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택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형 건설업체는 물론 중견업체들마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기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한다. 이송재 대한주택건설협회 기획본부장은 "산업 연관 효과가 큰 주택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중소건설사는 물론, 하도급 전문업체들까지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침체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및 DTI 등과 같은 반시장적 규제가 빨리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규제를 풀어 업계가 숨 쉴 틈을 줘야 부동산 경기가 자연스럽게 살아나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등 남은 주택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고 수요 확대 및 자금 순환 등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최고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주거 고급화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생기면 수요자들이 기존의 싼 주택을 사려하기 때문에 미분양 문제도 풀리고 은행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 및 부동산 법안은 600여건에 달한다. 대표 법안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법 개정안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리모델링법 개정안 ▲오피스텔 임대사업자 등록법안 ▲보금자리주택 특별법 개정안 ▲전ㆍ월세 소득공제 대상 확대 등이다. 하지만 국회 공전으로 이들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후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건설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법안이 언제 처리될 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은 "부동산 건설 경기 회복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인 만큼 내년 2월 임시국회때까지는 반드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무위험' 대출 관행 개선해야=건설업계가 연쇄 부도 위기에 휩싸인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근본 요인이지만 금융정책 실패도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자금줄을 옥죄는 PF 대출을 건설업계 위기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줄도산'을 막기 위해서는 PF 대출이 초래한 유동성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꼽는다.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PF대출 비중을 크게 낮춰야 하는 금융권은 건설사의 PF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데, 금융기관들이 자금 회수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고려개발을 비롯해 중견 건설업체들이 부도에 몰리게 된 직접적인 원인도 PF의 만기연장에 실패한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이 무리하게 대출 회수에 나서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융통성 있는 PF 운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견실한 기업인데도 PF 부담이 큰 건설사와 우량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금융권이 PF 만기 불가 원칙을 고수한다면 대형 건설사도 버티기 힘들다"며 "PF 만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보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고 수익만 챙기려는 금융권의 행태도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PF 대출은 기업이나 개인이 아니라 대출자금이 투입될 사업(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인 만큼 금융회사도 일정부분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은행들이 대출만 하고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며 "PF 취지에 맞게 금융회사가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가 그동안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 구조조정을 미뤄왔던 측면도 있는 만큼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규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은 "사업성 분석도 없이 과거와 같은 벌리기식의 사업 추진은 곤란하다"며 "변화된 주택ㆍ건설시장 패러다임에 맞춰 리스크를 정확히 분석하고 재무구조 견실화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경영 내실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지금이 매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리스크가 큰 분양사업 추진이 부담스럽다면 도급사업이나 공공공사 수주 확대 등을 토대로 실탄(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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