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감정의 골이 깊을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합의가 불가능해 30일 이사회에서 승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주위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밤샘협상끝 나온 중재안 타결=하이마트 경영권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했던 유진그룹과 하이마트측은 지난 주말부터 밤샘 협상을 진행했다. 감정의 골이 깊었지만 양측 모두 손해가 크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고비도 있었다.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하던 중 29일 하이마트 비상대책위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영문계약서를 공개하고 7년간 고용보장과 구두로 마련된 선 회장 등 임원 경영권 보장을 주장해 다시 날선 공방을 이어가 합의안이 결렬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하이마트의 주요 기관투자가인 H&Q 사모펀드(PEF) 등 기관투자가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30일 아침 전격적으로 각자대표 합의안이 마련됐다.
H&Q PEF는 IMM PEF와 함께 특수목적회사(SPC)인 'HI컨소시엄'을 구성, 다른 기관들과 2009년 하이마트에 3000억원의 우선주 투자를 단행했던 주요 주주다.
HI컨소시엄은 하이마트 지분 8.9%(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보유, 양측간 표 대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하이마트 비대위는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이 각자 대표에 합의한 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유진그룹도 비대위의 발표에 대해 "원만한 수습"을 환영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향후 경영은=이번에 전격 합의한 각자대표제는 공동대표와 달리, 회사 내 주요 업무집행은 물론 외부회사와 연계된 대표이사 권한행사에서 각각 대표이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권한행사를 할 때 사안마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공동대표보다 훨씬 의사결정이 자유롭다.
유진그룹은 이날 주총을 마치고 이사회를 열어 두 회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대신 상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이사회 선임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으로 양측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재 하이마트 이사회는 선종구 회장과 유경선 회장 이외에 4명의 사외이사 등 총 6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합의로 분쟁이 종결되면서 하이마트는 선 회장과 임직원의 사퇴 및 영업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경영정상화는 물론 영업에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통해 경영권 갈등을 가져오면서 주주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빠른 시일내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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