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대규모 유상증자 나서..선자금확보로 투자(종합)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LG전자가 13년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불황 장기화를 대비한 선자금조달차원으로 분석된다. 마지막 유상증자(보통주)가 1998년 12월이었다는 점에서 외환위기에 준하는 사전준비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미 올해 6차례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해 놨지만 회사의 영업실적이 3분기에 적자로 돌아선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전세역전을 단기에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배경이 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3일 LG전자는 현재 1조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유상증자는 보통주 1900만주, 주당 금액은 5만5900원으로 시장이 예상한 1조원 수준이다.
LG전자의 마지막 유상증자는 보통주 기준으로는 1998년 12월에, 우선주로는 2000년 12월이었다.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중이던 1998년 12월 LG전자는 총 2150만주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주당 발행가는 8800원, 총 1892억원에 달했다. 2000년 12월에는 3200만주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했다. 발행가액은 주당 1만7000원으로 총 5444억원 규모였다.
LG전자가 이번 유상증자 검토가 회사의 지극한 자금사정의 어려움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올해 2월과 4월 각각 1900억원과 1858억원(외화표시채권), 그리고 5월과 6월, 8월과 9월에도 각각 1900억원씩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차환용과 자재구입대금, 운전자금, 시설투자 등으로 일상적이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보유현금은 2분기 2433억원에서 3분기말에는 2조7498억원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LG전자의 유상증자 결정은 부채비율 및 최근 잇따르고 있는 신용등급 하락과 결정적인 연관성이 있다.
LG전자의 부채비율은 작년말 151%에서 3분기말에는 173%로 뛰어올랐다. 회사채발행을 지속해서는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또 무디스의 2년 8개월만에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12월에 LG전자 실적을 보고 실제 등급강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만약 신용등급이 실제 떨어지게 됐을 때 회사채 발행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역시 만만치않다.
결국 유상증자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부채비율 부담없이 단기에 조달해 보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회사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은 유동성 위험관리 능력”이라며 “위기확산국면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대규모 자금확보 계획은 구본준 부회장의 세계 경기의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영판단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지금까지 단기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흑자구조를 이룰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없다”며 “최대 취약부문인 스마트폰에서 반격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중에 하이닉스 인수용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지만 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확실한 '부인'의사를 수차례 밝힌 만큼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시설자금으로 약 6400억원, 운영자금으로 4200억원을 조달한다고 이 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LG전자의 최대 가전시장인 유럽의 재정위기가 더욱 고조되면서 전통 강자로 자리잡은 생활가전 부문 역시 고전이 예상된다.
TV에서도 필름패턴편광(FPR)방식 3DTV가 미국 시장 점유율이 최근 16%를 기록, 연초대비 4배가량 성장했지만 미국경기가 본격부활하지 않는 이상 절대 판매수량면에서 수익확대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외환위기때나 단행했던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그만큼 경기불황 및 스마트폰 전세역전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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