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가 이렇게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것은 높은 수수료율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용카드 업계가 마지못해 내놓은 수수료 인하 방안이 가맹점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대부분 재벌이나 은행의 계열사인 신용카드 회사들은 자의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일종의 가격이라고 보면, 지금 우리는 가격 결정이 수요공급 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관련 업계와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경쟁의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그렇게 결정된 가격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경제법칙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의 실패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정부의 실패에 있다. 신용카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규칙을 정하고 감시ㆍ감독을 해야 할 정부가 그동안 시의적절하게 그런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모든 가맹점에 대해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화하여 가맹점과 신용카드 회사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생겨나게 한 것도 정부다. 신용카드 시장에 경쟁이 작동하게 하고 신용카드 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