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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주역' 장원삼, 5년 불운 떨쳐낸 영광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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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주역' 장원삼, 5년 불운 떨쳐낸 영광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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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지난해까지 장원삼(삼성)은 불운했다. 물론 프로무대에 한해서다. 발을 내딛은 2006년 그는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12승(10패)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인왕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18승(6패)을 올린 ‘괴물’ 류현진에게 돌아갔다. 아쉬움은 하나 더 있었다. 데뷔 당시 현대는 모그룹의 운영난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2007년에는 해체라는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렸다. 선수단은 우리 히어로즈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로 겨우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불운은 삼성으로 둥지를 옮겼던 2009년에도 계속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이적을 승인받지 못해 넥센으로 다시 돌아가는 해프닝을 겪었다. 투구는 정상일 리 없었다. 4승 8패 평균자책점 5.54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건 2009년의 마지막을 하루 남겨놓은 12월 30일이었다. 당시 장원삼은 착잡한 마음에 일부러 휴대전화를 꺼놓았다. 닷새가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나도 삼성구단도 2009년 성적이 별로였다. 서로 예전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지난해 장원삼은 목표를 성취할 수 있었다. 13승 5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 삼성 마운드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2009시즌 5위(64승 69패)에 그쳤던 삼성 역시 79승 2무 52패로 정규시즌 2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기대했던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은 올해 이어지는 듯했다. 전반기 등판에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후반기 10경기에서 5승 4패 평균자책점 2.74를 남기며 부활에 성공했고 10월 6일 삼성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LG를 상대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를 펼치며 한국시리즈 선전을 예고했다. 사실 이는 철저한 준비 끝에 거둔 승리였다. 경기 이틀 전 장원삼은 잠실구장에서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를 앞에 두고 구위를 점검받았다. 던지는 공은 포수 미트를 날카롭게 파고들었지만 그는 좀처럼 만족하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전 구위를 찾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슬라이더 각에 대한 고민이었다. 결국 그는 “10개만 더”를 세 차례 외쳤고 계획했던 50개를 넘어 80개의 공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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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공 끝이 가장 좋다”며 장원삼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그는 기대에 그대로 부응했다. 5.1이닝동안 3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잡아낸 삼진은 무려 10개.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SK 타선의 타격감을 내내 흔들어놓으며 삼성 우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마무리 오승환이 5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한 순간 장원삼은 가장 먼저 더그아웃을 뛰쳐나와 우승을 자축했다. 데뷔 이후 6년 만에 맛보는 우승. 그는 누구보다 요란하게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정인욱, 배영수, 정현욱 등과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며 그라운드를 뛰어다녔고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왼쪽 끝에 자리를 잡고 연신 우승기를 흔들어댔다.

“프로에 와서 첫 우승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죠. 이런 기분 때문에 다들 우승하려고 하나 봐요.”

장원삼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시상식 뒤에도 투수들과 어울려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너무 과했던 탓일까. 퍼포먼스 도중 그는 배영수의 스파이크에 발등을 찍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내 피로 흥건하게 젖은 양말. 장원삼은 “좋은 날, 이게 무슨 꼴이람”이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얼굴은 금세 미소를 되찾았다. “영광의 상처인 것 같다”며 애써 해맑게 웃었다. 얼굴에서 지난해까지 계속됐던 불운은 온데간데없었다. 미소와 아픔 속에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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