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재 수입 줄어…"불황형 흑자는 기업 성장 제약"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9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31억달러를 기록, 19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7월 이후 올들어 두 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석유·철강 등의 수출호조로 인해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누적 흑자규모가 152억달러에 달해 올해 흑자 목표치(155억달러)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기업들이 투자를 줄여 만들어낸 '불황형 흑자'인데다, 사상 최대 엔고의 영향도 있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상품수지 흑자 늘어 경상흑자 시현 = 한국은행은 9월중 경상수지가 31억달러 흑자로 지난해 3월부터 1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로서 올해 중 경상수지 흑자 누적액은 15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상품수지 흑자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승용차, 철강제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전월(3억7000만달러)대비 증가한 23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도 호조를 보였다. 여행 및 사업서비스 수지 개선으로 인해 서비스수지는 전월 5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7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해외 송금액과 국내 송금액의 차이를 나타내는 이전소득수지 역시 대외송금 감소로 인해 전월 2억달러 적자에서 1억2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단 임금 및 투자소득을 포함하는 본원소득수지는 이자지급 증가로 인해 전월 7억달러에서 5억4000만달러로 줄었다.


양호석 국제수지팀 차장은 "상품수지가 크게 늘어난데다 9월 중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여행수지가 개선됐다"며 "이전소득수지 역시 환율 영향으로 근로자들의 송금이나 종교단체 송금이 줄면서 흑자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불황형 흑자' 불안하네 = 그러나 이번 흑자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기업들이 대내외 경제불안으로 인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흑자가 시현된 것.


기업들의 투자액을 나타내는 자본재 수입액은 119억8000만달러로 전월(134억5000만달러)대비 11% 줄었다.


기계류 및 정밀기기 수입액이 44억5000만달러에서 40억2000만달러로 줄었으며, 반도체 등 전기·전자기기 수입액도 70억2000만달러에서 67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수송장비 역시 17억1000만달러에서 10억4000만달러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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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늦추거나 축소하면서 수입자본재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것이 흑자폭을 늘이는 데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이런 식의 흑자는 향후 우리 기업들의 성장을 제약하는 것이므로, 빨리 시장이 안정되어 투자가 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수출액의 증가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엔고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국장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철강 수출이 증가한 데는 엔고의 영향도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9월 중 철강제품 수출액은 통관 기준 43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7.9%나 늘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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