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돈은 더 들어옵니다"
제 48회 저축의 날, 기부하면서 저축왕 된 평범한 이웃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수 조 단위의 돈을 쌓아놓고도 베풂에 인색한 금융회사들이 있는가 하면, 없는 푼돈을 쪼개어 자신보다 더 없는 이들에게 쾌척하는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이 있다. 2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 48회 '저축의 날' 행사에 나타난 '저축왕'들은 모두 후자였다.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를 잊지 않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황순자(62)씨는 자양동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면서도 나눔에 관대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35년간 일했다. 20년동안 홀로 키운 아들이 암 발병으로 어려운 처지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근검절약하며 저축했지만 자기 이름의 집 한채 장만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아프리카 어린이와 해외 불우어린이 후원에는 매월 30만원씩 기꺼이 내줬다.
국민포장을 받게 된 김동희(78) 부여노인전문병원 원장은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소외된 노인들에게 기부한 사례다. 빈농의 딸로 태어났지만 열심히 공부해 의사 면허를 따고 부여노인전문병원을 개원, 본격적으로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전문치료를 시작했다. 지난 2005년에는 본인의 자산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 동산노인복지센터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20년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가진 자에 의한 탐욕'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날 모인 저축왕들은 재산을 축적했음에도 탐욕보다는 선의를 실현하며 살아간 이들이었다. 축사를 맡은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저축을 실천하면서도 보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분들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남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공생정신'에 충실한 저축왕들도 있었다.
남택일(56) 유성산업주식회사 대표는 근검절약을 통해 자수성가한 경험을 종업원들에게도 틈틈이 전하고 있다. 그는 17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1994년 현재의 유성산업을 창립했으며, 현재 종업원 41명 연매출 80억원 수준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회사를 창립한 후에도 저축을 지속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해 현재 직원 41명이 보유한 예금 액수가 총 10억1500만원에 달한다. 한 명당 2475만원꼴이다.
정비업체 대표인 강한념(62)씨 역시 30년 동안 사업을 유지·확장시키면서 사업 뿐 아니라 종업원들이 발전을 이루도록 끊임없는 조언을 해 줬다. "급료 중 일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적금에 가입하라"고 충고해 준 것. 또 장기근속 직원이 대리점을 차리도록 해 주고, 생활이 어려운 직원들의 내집 마련에도 도움을 주는 등 직접 도와주기도 했다.
위험 부담이 큰 투자상품보다는 꾸준하게 예·적금에 가입한 사람의 비율이 높고, 저축 기간이 1~3년의 단기가 아닌 십수년의 장기인 점도 저축왕들의 특징이었다. 박정연(53) 환경미화원은 1996년부터 15년간 저축을 생활화했고, 농업인 김태윤(75)씨는 손수 경작한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여 판매한 대금 등으로 현재 16개의 통장을 갖고 있다. 탤런트 손현주(46)씨나 가수 이승기(24)씨 등은 연예인의 특성상 목돈이 생기는 경우가 많음에도 과분한 소비를 하지 않고 꾸준하게 저축하고 있었으며, 배우 하지원(33·본명 전해림)씨 역시 한류스타임에도 근검절약하는 생활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