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20분 책 읽으니 공부짱 됐죠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성정은 기자]전국에 있는 도서관 2634개가 참여했다. 공공 도서관, 학교 도서관, 전문 도서관, 병영 도서관, 교도소 도서관 등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2011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 얘기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평가에선 광진정보도서관(서울)과 무룡초등학교(울산)가 대통령상에 선정됐다. 국무총리상에는 정독도서관(서울)과 한국해양연구원(경기) 등이 이름을 올렸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에는 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강원)와 완주군립고산도서관(전북) 등이 뽑혔다.

올해 최고의 도서관으로 꼽힌 무룡초등학교와 문화부 장관 표창을 받은 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를 직접 둘러봤다.


◆대통령상-울산 무룡초등학교.."매일 20분, 책장 넘기며 세상 배워요"=지난 21일 오전 찾아간 울산 중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 아직 첫 수업(오전 9시10분)이 시작하기 전이라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 찰 법한데도 교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분주하게 들려왔다. 책 읽는 시간이었다.

무룡초등학교에선 매일 첫 수업 시작 전 20분(오전 8시40분~9시)을 '사제동행 아침 독서 시간'으로 꾸렸다. 아이들은 그렇게 매일 20분,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무룡초등학교에선 매일 첫 수업 시작 전 20분(오전 8시40분~9시)을 '사제동행 아침 독서 시간'으로 꾸렸다. 아이들은 그렇게 매일 20분,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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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아이들을 책과 친해지게 하려고 매일 20분(오전 8시40분~9시)씩을 '사제동행 아침 독서시간'으로 할애한다.


10분 쯤 지나자 의젓해 보이는 김준서(10ㆍ남) 학생이 담임인 오명자 교사에게 "선생님, 저 이 책 다 읽었어요"라고 말했다. 준서 손에는 '어린왕자'가 들려있었다.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해서 이날 읽을 분량이 몇 페이지 안 남았었다고 했다.


오 교사는 준서에게 다가가 "재미있었냐"고 물었다. 준서가 "재미있어요. 어른 돼서 또 읽고 싶어요"라고 답하자 오 교사는 "오후에 선생님하고 새 책 고르자"고 했다. 물론 오 교사도 함께 책을 읽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책에 둘러싸인 이 학교는 무룡초등학교다. '2011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이 학교의 '독서 저력'은 이처럼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책에 빠져들어 책 속에 파묻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있다.


이 학교는 현재 '사제동행 아침 독서시간' 외에 '리딩북 독서릴레이', '여름ㆍ겨울방학 독서학교', '방과후 독서논술', '독서300-독서인증제', '책 읽어주는 선생님' 등 아이들이 책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명성에 걸맞게 도서관 규모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상 수상'의 배경이기도 하다. 장서는 총 1만3000여권이고 90% 이상이 5년 이내에 출간된 최신 도서다. 전교생은 약 550명. 학생 1명당 25권씩 책이 돌아가는 셈이다. 도서관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학생과 교사, 지역민들에게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독서지도 담당이기도 한 오 교사는 "독서를 활성화한 뒤로 학생들이 과학경시대회나 글짓기 대회 등 학습 관련 외부 대회에서 수상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면서 "책을 많이 읽는 게 우리 학교가 학력평가에서 울산지역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화부 장관상-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독서로 말입니다 휴가 命받았습니다"=23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한 책장 8개. 그리고 그 책장들에 꽂힌 책 8000여권. 여느 도서관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 남다르다. 얼룩덜룩한 무늬의 국방색 옷. 군인들이다.


강원 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의 도서관 모습. 이 도서관은 분기별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병사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한편 독후감 경연대회, 대학 교수와 함께 하는 독서토론 시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 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의 도서관 모습. 이 도서관은 분기별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병사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한편 독후감 경연대회, 대학 교수와 함께 하는 독서토론 시간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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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찾아간 강원 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에 있는 도서관의 풍경이다. 책상에 자리를 잡은 3명 가운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손에 든 군인 1명이 유독 눈에 띈다. 이명균 일병이다.


이 일병은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연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이곳을 이용하는 '열혈 독서꾼'이다.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꼬박 꼬박 책 2권씩을 빌린다는 그다.


최근에 읽은 책을 묻자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대답을 건넨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호아킴 데 포사다의 '바보 빅터' 등이 이 일병이 꼽은 책 목록이다.


입대 전엔 책을 그다지 안 좋아했던 그지만 부대 내에 도서관이 생기면서 독서라는 새 취미를 갖게 됐다. 이 일병은 지난 7~8월 열린 독후감 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해 상을 받기도 했다.


이 일병에게 새 취미와 새 즐거움을 안겨준 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 도서관의 특별함은 다양한 독서 지원 프로그램에 있다.


이곳 도서관은 분기별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병사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한편 베스트셀러 게시판, 추천 도서 목록 게시판도 운영하고 있다. 예선과 결선까지 있는 독후감경연대회와 대학 교수와 함께 하는 독서 토론 시간 등도 이 도서관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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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7사단 78연대 2대대 도서관은 또 군부대 여건상 바코드를 구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엑셀 파일 목록을 정리해 책을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열심이다.


대대장 봉근주 중령은 "장병들의 문화 활동 활성화를 위해 힘쓰는 것도 지휘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병들이 계속해서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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