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7회 월드시리즈는 예년에 비해 관심이 떨어진다. 지난해에 이어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동부지역 팀들이 탈락하는 대신 해당 지역 외에는 다수의 팬들을 확보하지 못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맞붙어 흥미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양팀은 외견상 선발 투수진이 약해 긴장감 넘치는 명승부도 나오기 어려워 야구팬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시리즈가 마냥 못마땅한 건 아니다. 화끈한 공격력을 원하는 팬들이라면 지난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리즈 이후 최고의 난타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당시 2002년 월드시리즈는 지금의 매치업처럼 약한 마운드와 강한 공격력이 특징이었는데 양팀의 경기당 득점은 12.1점에 달했다. 9년전에 비해 금지 약물 검사가 강화된 가운데서도 세인트루이스와 텍사스는 각각 챔피언십시리즈에서 7.2와 6.5득점을 올렸다. 이같은 추세가 월드시리즈까지 이어진다면 2002년 월드시리즈에서 나온 양팀의 경기당 득점(12.1)을 능히 추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양키스가 되고 컵스가 될 것인가. 1932년 월드시리즈에선 양키스가 4전 전승으로 싱겁게 시리즈 승부를 마감하면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양키스는 4경기에서 37득점(경기당 9.25점)을 기록, 19득점(경기당 4.75점)에 그친 컵스에 월등히 앞섰다. 특히 양키스의 두 거목인 루 게릭과 베이브 루스는 각각 타율 .529(3홈런), .333(2홈런)의 빼어난 타격감을 과시하면서 팀 우승을 견인했다.
1932년 양키스의 공격력은 세인트루이스 타선에서 지켜볼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핵타선인 알버트 푸홀스, 맷 홀리데이, 데이빗 프리스 등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타율 .485와 6홈런을 합작한 가운데 팀 타율 .310을 기록했다. 이 팀 타율을 공교롭게도 애너하임이 2002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기록한 팀 타율과 같다. 때마침 이번에 상대하는 텍사스의 선발진 중 CJ 윌슨, 데릭 홀랜드, 맷 해리슨 등이 좌완이라 우타자인 푸홀스, 홀리데이, 프리스의 활약이 더 기대되고 있다.
밀워키 포수인 조나단 르크로이가 "세인트루이스 핵심 타자들은 게릭과 루스 그리고 테드 윌리엄스를 상대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세인트루이스는 막강 타선을 앞세워 내셔널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11회로 늘릴 태세다. 반면 텍사스는 2년 연속 정상 도전에 나서는 상승세를 앞세워 리그 데뷔 40년 만에 첫 우승을 노려본다. 비록 매치업은 최상의 조합이 되지 않았지만 양팀 모두 최상의 공격을 자랑하는 만큼 나름 흥미로운 월드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