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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애플이 한국기업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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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종섭 기자]"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40대 이전에 명예퇴직당했겠죠."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트위터에서 본 글 중 하나다. 국내 언론 역시 '잡스가 아무리 천재여도 국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보도를 이어갔다. 척박한 국내 벤처 환경에서는 '고졸' 잡스의 창업도,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의 재기도 불가능했을 거라는 자아비판이다.
그러나 애플 같은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비단 국내 벤처 환경만이 문제일까?

스티브 잡스가 숨을 거두기 전인 지난달 '애플이 한국기업이었다면…, 잡스가 한국인이라면…'이라는 기사 취재를 주문했다. 후배가 올린 기사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스티브 잡스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당장 아이폰4 후속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이보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더 많다. 지난 2분기(4~6월) 거둔 7조원(73억1000만달러)의 순익 때문이다. 돈을 적게 벌 때는 괜찮았는데 많이 번 게 문제가 됐다. 예상치를 넘어선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라는 얘기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흘러나온다. '이거 뭐 사회주의도 아니고…' 잡스가 불만을 토로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둘러싸고 국민들의 시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국기업' 애플의 고민은 그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원가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전량 중국 폭스콘 공장 등 해외에서 생산하는 점은 대기업이 국내 고용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테다. 대통령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청와대로 불러 고용 확대를 당부하는 판국이니 말이다.

기부 문제도 불편한 것 중의 하나다. 실제로 애플은 현금 보유량이 83조원에 이르는 등 시가 총액 세계 1위 달성이 눈앞인데도 사회 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난을 받아왔고 잡스 개인도 애플과 디즈니 주식 등을 포함해 총 83억달러(8조9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선기금을 냈다는 공개기록이 없다. 기사화를 검토하던 중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결국 이 기사는 지면화되지 못했다.

잡스가 한국에서 애플을 이끌고 있다는 상황을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는 적어도 미국 대비 국내 기업의 척박한 경영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기업 애플을 경영하는 잡스는 동반성장, 고용, 기부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적어도 이들 사회적 책임 때문에 기업경영을 방해받지는 않았다. 돈을 많이 벌어도, 많이 쌓아 둬도, 기부를 안 해도, 국내 고용 활성화에 기여하지 않아도 비판을 받지 않았다.

반면 한국 애플 경영자 잡스는 이들 사회적 책임에 포위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경영보다는 이들 사회적 책임 이행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잡스가 이런 환경에서도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쇄도할 때 혁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다른 생각, 새로운 생태계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기업은 혁신 등을 통해 이에 보답하는 미국사회야말로 최적의 벤처환경이 아닐까 싶다.

물론 기업에 사회적 책임 이행은 의무다. 하지만 과도한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혁신의 아이콘 천재 잡스는 한국의 기업경영 환경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혹시 기업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더 이상 그에게 답변을 들을 수 없어 아쉽다.




노종섭 기자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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