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증권가 설(說)의 열에 일곱은 사실무근으로 끝난다. 그나마 개연성이 높은 설조차 당초 전해진 것보다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백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설이 공시를 통해 몇 년에 걸쳐 일부 부품만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혁신적인 신약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알려졌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일일이 따지기 힘들 정도다. 잔뜩 부풀려진 증권가 설을 믿고 뒤늦게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은 재료가 노출되는 순간부터 투전판의 희생자로 전락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설거지(?)를 당했다'라고 표현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한국항공우주 '인수합병(M&A) 설'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지난 5일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해 시장에 떠도는 인수후보 기업을 언급하는 등 기업보고서라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인수합병설이 증권사 기업보고서에 등장한 5일 한국항공우주의 주가 변동폭은 10%포인트에 달했다.
해당 기업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회사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언급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인수합병 가능성을 떠나 단순히 설로 존재했던 내용이 메신저가 아닌 기업보고서에 다뤄지면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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