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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저축은행과 홀짝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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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어린 시절 '홀짝 게임'이란 것을 했었다. 손에 쥔 구슬의 숫자가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맞춰 이기는 사람이 베팅한 구슬을 가지는 게임이었다. 이 단순한 게임에 동네 사내아이들 대부분이 빠진 적이 있었는데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게임이 가지는 도박성이 문제였다.

지난 주말 업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을 비롯한 7개 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됐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겠다며 저축은행에 예금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됐다. 19일엔 증시에서도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상장사인 제일저축은행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제일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의 퇴출 저축은행 발표 직전인 15일과 16일 이틀간 급등했었다. 15일, 경영개선안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보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14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던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로 반전했다. 그 기세는 다음날에도 이어져 14일 1100원이던 주가는 16일 1340원으로 마감됐다.
이틀간 21.8% 급등 후 제일저축은행은 영업정지와 함께 거래정지 됐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마치 홀짝 게임에서 진 아이처럼 큰 손실을 보게 됐다.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제일저축은행은 퇴출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달 들어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저축은행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 1일 2185원이던 주가는 2주가 안돼 반토막 가까이 났다. 9일에는 재무제표를 확정하지 못한 채로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낼 정도였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는 예금과 달리 투자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한다. 제일저축은행의 경영개선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믿고 투자한 것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본인의 판단이고, 책임이다.
다만, 이상징후가 있었음에도 시장에만 맡긴 거래소의 방관은 아쉽다. 제일저축은행은 영업정지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었던데다 재무제표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거래소측이 금융위의 발표내용을 미리 알 수는 없었겠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좀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규정을 문구대로 지키는 것보다 홀짝 게임에 빠진 아들을 둔 어머니 마음처럼 적극적으로 위험요인을 줄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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