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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재판 뒤집는 브로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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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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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무진시에서 공부 잘 했던 모범생 출신으로 서울 가서 판사하고 옷 벗은뒤 처음 재판을 맡는 변호사를 고르세요."

청각장애 학생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돼 가던 피의자들에게 평소 친분이 있던 형사는 경찰차안에서 넌지시 충고를 한다. '전관예우'가 가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얘기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지방의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실제로 발생한 장애아 성폭력 사건에 관해 소설가 공지영이 쓴 동명의 2009년 작 르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도가니'는 그 동안 법조계의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전관예우' 등 한국 법조계의 현상들을 파헤친다. 누가 봐도 중형이 예상되는 확실한 사건이었지만 사건의 가해자들은 '전관예우'를 통해 사건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한다. 판사와 검사를 향한 회유도 서슴지 않으며, 피해자에 대한 협박과 매수도 다반사로 이뤄진다. 주말인 18일 서울 영등포의 한 극장에서 개봉을 앞둔 '도가니'의 유료 시사회를 본 관객들은 대부분 극 중 다뤄지는 국내 법조계의 허점들을 알고 놀라는 분위기였다. 법조계가 전관예우를 뿌리 뽑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민ㆍ형사 소송에서 전관 변호사가 선호되는 경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19일 법무부(장관 권재진)에 따르면, 법률소비자는 여전히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보다는 전관 변호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도입한 전관예우금지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사법절차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분석이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5월 정책 자문을 위해 선정한 정책고객 2640명을 대상으로 '전관예우관행 근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무려 53%가 소송이 발생하면 '수임료가 비싸도 전관 변호사를 택하겠다'고 응답했다.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택하겠다고 대답한 응답자를 제외하면 '비전관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기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불과 7%에 불과했다. 유독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이유에 대해 '전관 변호사가 전문성이 높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7%가 '사건에서 승소할 확률이 높아서' 전관 변호사를 택하겠다고 답했고, '담당 판ㆍ검사에게 사건을 유리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최소한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각각 31%, 20%로 그 뒤를 이었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에 따른 특혜가 가장 큰 분야는 '보석, 석방, 구속영장 기각 등 신병처리 관련'이라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으며,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에서도 응답자의 44%를 차지한 '양형ㆍ구속 및 사건처리에서의 투명한 기준 정립'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이는 전관예우의 밑바탕이 법률적 곤란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보단 일신의 안녕을 더 고려하는 법률소비자의 성향은 물론, 결과적으로 법원과 검찰의 재량으로 조절가능한 양형 등의 부분에서 법조계에 형성된 인맥이 주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탓으로 풀이된다. 조사결과 또한 '퇴직 전 형성된 인간관계'를 전관예우의 발생원인으로 지목한 경우가 45%로 가장 앞섰다.

이와 관련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조계처럼 기수나 위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직일수록 관계에 더 얽매이는 경향이 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대부분의 판ㆍ검사는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일한다. 법과 진실을 벗어난 선택을 막기 위해선 법이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태상준·정준영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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