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리포트】공주의 남자 세령(문채원)에 어울리는 와인은?

드라마 캐릭터를 닮은 보르도 와인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요즘 <보스를 지켜라>, KBS <공주의 남자>, MBC <지고는 못 살아> 등 쟁쟁한 수목 드라마들의 시청률 전쟁으로 안방극장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이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개성있는 캐릭터가 재미있죠. 이에 보르도 와인 협회(CIVB)와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소펙사)가 보르도 60개의 아뺄라씨옹(AOC, 원산지 통제 명칭) 가운데 이들 캐릭터와 닮은 와인을 매칭한 것이 재미있네요.

보르도 와인은 무려 60개 아뺄라씨옹에 따라 떼루아, 포도 품종, 양조방식 등이 천차만별이고 각 지역별로 뚜렷한 캐릭터로 대변되는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드라마 주인공과 연관시켜 떠올리면, 보르도 AOC에 대한 이해가 한결 쉬울 것 같네요.


불량 재벌 2세와 여비서의 달콤살벌 러브 스토리 ‘보스를 지켜라’
공황장애를 가진 '찌질한' 본부장 차지헌(지성 분)과 그의 비서 노은설(최강희 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죠. 알콩달콩한 로맨스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당초 기획됐던 16부작에서 2회가 연장된 드라마입니다.

차지헌(지성 분)
재계 순위 10위권 내 대기업 자제로 번듯한 외모와 빼어난 패션 감각을 가졌죠. 그러나 불성실한 근무 태도에 온갖 스캔들·루머 등으로 항상 가십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엉뚱한 사고방식과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은 또 참 매력적이죠. 보르도 쒸뻬르외르(Bordeaux Superieur AOC)가 떠오릅니다.

쒸뻬르외르 지역이란 어떨까요? 이곳은 흡사 '엄친아'를 보는 듯 다양한 매력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자유분방한 느낌이죠. 능력 있는 남성을 연상케 하는 곳입니다. 샤또 레스페랑스 2007(Chateau L'Esperance 2007, 금양인터내셔날)이 좋겠네요. 짙은 자주빛 컬러와 기분 좋은 향이 느껴지는 견고한 풀바디 와인입니다. 보르도 쒸뻬르외르 AOC 와인의 개성을 잘 보여주죠.

노은설(최강희 분)
입사 시험에 줄줄이 낙방하다 우여곡절로 국내 굴지 대기업 비서실에 취직한 열혈비서입니다. 사랑스러운 여성이죠. 당돌하면서도 솔직하고 포용력 있는 캐릭터로 두 본부장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녀의 매력은 달콤한 스위트 화이트 와인, 쏘떼른(Sauternes AOC)이 떠오르네요.

쏘떼른 와인은 귀부(貴腐)라는 부패 현상이 일어난 포도로 만들어져 깊이 있는 꿀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적당한 산도가 가히 매력적이죠. 밀고 당기기를 적절히 즐길 줄 아는 매력녀를 떠오르게 합니다.

샤또 패트류 2007(Chateaux Partarrieu 2007, 디캔터주식회사). 잘 익은 과일향과 달콤함이 우아하게 느껴져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젊은 여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 샤또 레스페랑스 2007

▲ 샤또 패트류 2007

신개념 다색(多色) 사극 ‘공주의 남자’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제작된 사극이죠, KBS2 <공주의 남자>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 감각적인 영상, 입체적이고 개성 있는 캐릭터가 잘 어우러진 가운데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김승유(박시후 분)
권력가 김종서의 아들로 미려한 외모와 지적 능력, 강인한 신체를 모두 갖춘 자타공인 귀공자입니다. 원수의 딸을 사랑하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거칠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죠.

이처럼 복합적이고 파워풀한 캐릭터는 자신감 넘치는 당당함이 매력적인 메독(Medoc AOC)이 떠오릅니다. 메독 지역의 조약돌과 자갈, 모래로 구성된 토양과 지형 등이 기품 있는 행동파 남성의 이미지와 흡사하기 때문이죠. 고급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메독 지역 와인은 힘 있고 복합적인 향과 화려함, 균형감을 고루 갖추고 있어 와인 애호가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곳입니다.

크레스만 그랑드 리저브 보르도 레드 2009(Kressmann Grande Reserve Bordeaux Rouge 2009, ㈜레뱅드매일)는 메를로 품종의 부드럽고 우아한 맛과 꺄베르네 쏘비뇽 품종의 구조감이 조화를 이루며 풍부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와인입니다. 김승유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네요.

이세령(문채원 분)
극 중 수양대군의 장녀로 그려지는 세령은 호기심이 많고 대담하며 귀여운 말괄량이, 다소 선머슴 같은 여인이죠.

보르도 화이트 AOC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떠오르네요. 옆집 소녀 같은 편안하고 친근한 캐릭터가 느껴지니까요. 보르도 화이트 와인은 목 넘김이 탁월한 부드러운 맛이 있으니 낙천적이고 청초한 스타일의 여성과 같은 느낌에 매칭하기도 적절합니다.

바롱 드 레스탁 보르도 화이트 2009(Baron De Lestac Bordeaux Blanc 2009, 수석무역)는 쏘비뇽 블랑 80%에 세미용 품종 20%가 블랜딩 되어 진한 과일 향과 적절한 산도, 오크향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집니다.

▲ 크레스만 그랑드 리저브 보르도 레드 2009

▲ 바롱드 레스탁 보르도 화이트 2009

제2의 연애시대? ‘지고는 못살아’

변호사 부부의 이혼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MBC <지고는 못살아>는 ‘보스를 지켜라’나 ‘공주의 남자’에 비해 다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2의 연애시대’로 불리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을 받고 있죠. 최근에는 극 중 부부 변호사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본격적 이혼 소송에 돌입하면서 이야기 전개에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연형우(윤상현 분)
깔끔한 외모가 돋보이며 인정 많고 자유로운 가치관을 지닌 인물입니다. 이처럼 매너가 좋고 세련미가 돋보이는 30대 후반 남성 캐릭터에는 쌩떼밀리옹(Saint-Emilion) AOC의 와인이 적절하네요. 쌩떼밀리옹 지역은 언덕, 계곡 등 다채로운 지형을 지니고 있는 곳입니다. 다소 감각적인 외형의 남성을 떠올리게 하며, 부드러운 타닌과 화려한 맛은 연형우의 매너와도 닮아 있습니다.

록 드 뤼싹 2007(Roc De Lussac 2007, ㈜선보주류교역)은 아름다운 색과 구조감이 좋으며 입안 가득히 풍부한 맛이 돋보입니다. ‘와인의 왕(King of Wines)’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풍부한 볼륨감과 유니크한 감미로움을 가진 와인이죠.

이은재(최지우 분)

능력 있는 변호사로 냉철하죠. 생활력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이은재 변호사는 당당한 30대 전문직 커리어우먼의 캐릭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매력으로 주위를 매혹시키는 당당한 이 시대의 30대 커리어우먼은 꼬뜨 드 보르도(Cotes De Bordeaux) AOC를 닮았습니다. 꼬뜨 드 보르도 와인은 알코올이 풍부하고, 짙은 농도를 자랑하는 비단 같이 부드러운 타닌의 속성을 지니고 있거든요. 그래서 매력적이고 정열적인 캐릭터, 흔히 생각하는 커리어우먼 캐릭터와 유사합니다.

샤또 드 레스탕 2008(Chateau De L’Estang 2008, ㈜문도비노)은 진한 루비 빛에 바닐라와 구운 토스트의 부케가 특징이며, 붉은 과일의 진한 풍미와 비단같이 부드러운 타닌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어쩌면 이은재와 가장 닮은 와인이 아닐까 합니다.

▲ 록 드 뤼싹 2007

▲ 샤또 드 레스탕 2008

채정선 기자 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