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름짓기와 성인의 개명이름짓기에서 글자의 선택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각 작명소나 작명원에서는 이름짓기에서 글자 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한다. 그런데, 만든 작품(이름)에서 어떤 한자는 옥편에도 나오지 않아 신생아 부모는 출생 신고도 하기 전에 그 글자를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옥편에서는 인명용으로 쓰는 한자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인명용 한자인데도 옥편에서 찾을 수 없다면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자(한자)에 관한 지식을 웬만큼 가진 사람도 모든 한자를 완벽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만큼 글자 수도 많고 뜻도 한두 가지가 아니며, 우리 조상들이 ‘소리(音)’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만든 글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한자는 우리말에 맞게 만들어진 글자는 아니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름을 만들어 놓고 이를 한자로 표기할 때 더러 어려움을 겪곤 했다. 이름을 짓고 보니 이를 적어낼 수 있는 마땅한 한자가 없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더러 우리말 ‘돌쇠놈’을 한자로 적어보라고 해 보자. 이를 한자로 제대로 적을 사람이 있을까? ‘놈’ 자에 해당하는 한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돌쇠는 ‘乭釗’라고 적고 ‘놈’은 쪽자를 만들어 표기했다. ‘돌’은 ‘돌’을 뜻하는 ‘石’에 음을 나타내는 ‘乙’을 받쳐 ‘乭’로 적어 ‘돌’의 뜻과 음을 동시에 나타냈고, ‘놈’은 ‘노(老)’ 자에 한글 자모 ‘ㅁ’ 모양의 ‘口(입 구)’를 받쳐 ‘놈(?)’을 표기했다. 우리말과 한자의 조합인 셈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는 역시 음의 체계가 다른 우리말을 제대로 표기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이러한 식의 조합 글자들이 쓰이고 읽힌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의적으로 알려진 조선시대의 ‘임꺽정’을 어떻게 적었을까? 한자로 ‘林巨正’이라고 적기도 했지만, 이는 ‘임거정’으로 읽혀 원래 이름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그래서 ‘꺽’ 자에 가까운 ‘걱’ 자를 만들어 적었다. ‘巨’ 자에 한글 자모의 ‘ㄱ’을 받쳐 ‘걱(?)’ 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예쁜 아이’란 뜻으로 ‘이뿐’이란 이름을 지었다면 이를 한자로 어떻게 적었을까? ‘입분(入分)’이나 ‘이분(伊分)’으로 적기도 했지만, ‘뿐’ 자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분(分)’ 자를 된소리로 만들기 위해 그 글자에 된소리를 의미하는 ‘叱’ 자를 위나 아래쪽에 붙였다. ‘叱’은 ‘꾸짖음’, ‘성을 냄’의 뜻이어서 ‘분’을 된소리로 발음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작명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름사랑(www.namelove.com)의 배우리 원장은 정부나 각 기관의 이름 관련 자문을 해 주고 있다. KBS나 YTN 등 방송의 고정 출연은 물론, 강의와 관련서 집필 등으로도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그럼에도 이름짓기를 위해 방문하거나 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는 이들에게도 조금의 소홀함이 없이 온 정성을 쏟아 좋은 작품(이름)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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