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유럽과 유로화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제시된 해결책들은 두가지 방향을 암시한다. 하나는 재정적으로 유럽(혹은 유럽 공동체) 이외의 국가나 기관이 유로화와 유럽의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지원역할을 하여 시간을 벌고, 그 다음에는 근본적으로 유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즈는 6일자로 미국 연방모델(United States of Europe)을 추구할 수 있는지 짚어보고 있다.


스위스의 UBS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현재의 구조와 현재의 회원국을 가진 상태에서는, 유로화는 작동하지 않는다.” 현재의 구조가 변화하거나, 아니면 구성 회원국이 변화해야만 한다. 즉,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부실 재정국가들이 유로존을 탈퇴해서 다른 유럽국가들의 부담을 줄여주거나, 아니면 유럽 전체가 이 부담을 공동으로 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UBS 는 공동부담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본다.

UBS의 보고서에 나타난 유로화 해체의 비용은 막대하다. 이 경우, 국가 부도와 기업 부도, 은행 시스템의 붕괴와 국제 교역의 상실이 예상된다. 유로를 떠나서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하는 것으로는 피해를 감당하지 못한다. UBS의 추정으로는 유로 탈퇴 첫해에 해당 국가는 1인당 약 9500유로에서 11500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이다. 또 이어지는 몇해동안 1인당 3천-4천 유로의 손실이 덧붙여진다. 이는 첫해에만 해당 국가 국내 총생산의 40-50%에 해당하며, 유로존 전체로 환산한다면 향후 몇 년 동안의 손실이 3조 유로를 넘을 것이다.


경제적 피해는 정치적 부담에 비하면 오히려 약소한 것일 수도 있다. 유럽의 국제적 영향력은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역사적으로 근대의 신용화폐제도가 붕괴했을 때 그 국가들은 예외없이 권위주의적 혹은 군사 정부를 맞이하거나 내전을 겪었다. 결국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재앙을 모면하기 위해 뉴욕타임즈가 보도하고 있는 미국식의 연방모델은 과세, 채권발행, 예산 승인권을 가진 중앙재정기구(Fiscal Union)의 설립이다. 유럽 내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국장은 구조 변화와 경제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트리세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단일 통화지역 내에 강한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지난 5일 주장했다.


그러나 막상 이같은 공동기구를 추진해야 하는 유럽내 국가들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앞날은 순탄치 않다. 오는 7일 헌법재판소의 그리스 지원 위헌 심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독일은 합헌 판정 가능성이 높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의회 표결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해 사실상 향후 독일 정부의 행보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 이상이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를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방선거 참패로 메르켈 총리의 연정이 흔들거리는 판에 과감한 정책을 펼칠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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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랑스 은행들의 부실이 초점이 되고 있지만,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미 식물총리 취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줄기차게 그리스 지원에 대한 담보 설정을 요구해온 핀란드는 추가적인 그리스 구체금융안 승인 조건을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네델란드도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결론은 그리스에게 유럽 연합과 유럽공동체를 떠나라는 암묵적인 시위이다. 그러나 그리스가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도 어렵다. 탈퇴 즉시 완전한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되어 엄청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무엇으로 그리스를 달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단 부실한 국가들을 털어낸 다음에, 유럽공동체는 다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치와 경제를 어떻게 재구조화할지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멀고 먼 과정으로 보인다. 더 큰 위기만이 진정한 변화를 강제할지도 모른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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