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계절은 돌아오는데 가계대출은 막히고 기업대출 여의치 않아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가계 대출은 막히고 은행 본점에선 우량 중소기업을 유치하라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도 않고, 대기업 대출을 늘리면 좋겠지만 현금을 두둑히 쌓아놓은 대기업들은 은행에 손벌리지 않고....'

추석 연휴를 앞둔 은행 지점장들의 고민이 깊다. 개인고객들을 상대하는 개인영업점이나 기업영업점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은행원들의 인사고과 평가는 12월까지의 실적을 근거로 이뤄지지만 각 지점별 영업실적 평가는 오는 11월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1등부터 지점별로 나온 점수는 연말이나 내년 초 정기인사에 반영된다.

지점장들은 성적에 따라 승진 코스로 불리는 핵심영업점으로 이동하거나 준(準)임원급인 본부장으로 승진한다. 승진연한이 차거나 나이가 많은데 거듭해서 나쁜 성적을 낸 지점장들은 희망퇴직 등 퇴직 수순을 밟아야한다.


매년 추석연휴 이후부터 11월까지가 지점장들의 고민이 가장 깊어지는 시기다. 성적이 좋은 영업점 지점장들은 실적을 조절해가며 내년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시기다. 두 달 장사가 명운을 가르는 것으로 수능을 앞둔 수험생 심정이다.


금융당국의 지도로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선 지점장들의 고민은 더 커졌다. 저조한 기업대출 실적을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로 매워가고 있던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량 중소기업 유치가 쉽지 않은 마당에 가계대출도 중단되다시피 해 사실상 영업할 곳이 없어졌다"며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는 기업에 대출을 권유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우리은행 지점장은 "통상 명절(추석) 때는 자금수요가 많아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추석 특별자금을 늘려잡은 데다 대출수요도 줄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마다 사정은 조금 다르다. 외국계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수준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마포구의 SC제일은행 지점장은 "SC제일은행 지점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특별히 영향을 받은 것은 없고 실적을 늘리려 대출 조건을 완화해주고 있지만 신규대출 고객 수요가 많지 않다"며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에 따른 공백이 커 영업실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업전선의 중대장격인 지점장들 대부분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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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의 하나은행 지점장은 "대출 건전성을 높이자는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고 있다"며 "갑자기 지나치게 빡빡한 정책을 펼 필요는 없지만 점진적으로 심사를 강화해 대출을 줄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SK 등 국내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조7570억원으로 2년 전인 2008년 5조6665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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