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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대한민국 기업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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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지난 24일 저녁 6시 신라호텔 내 한 음식점. 오다케 요시키 일본 아메리칸패밀리생명보험(AFLAC) 창업자를 비롯한 일본의 중견 기업인 7명이 자리를 잡았다. 호스트는 장만기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다음 날 예정된 오다케 창업자의 강연에 앞선 상견례였다.

이내 일본 경제가 도마에 올랐다. "7,80년대 호황에 취해 있는 과거형 국가" "야성을 잃은 초식동물…"". 일본 기업인들의 자아 비판은 통렬했다. 자연스레 한국 경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삼성전자 현대차 그룹을 언급할 때는 이건희ㆍ정몽구 회장을 가르켜 '세계적인 경영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로부터 1주일 전인 17일 국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청회가 열렸다. 주최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예상대로 재계 성토장이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과 기술 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친인척 비상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임원들의 높은 연봉…. 죄목(?)이 하나 둘 열거됐다. '탐욕' '야수' '악질' 등 원색적인 비판도 이어졌다. 이 순간 공청회는 더 이상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호통치고 흠집내는 청문회였다. 재계는 죄인이었다.

일본 기업인들의 '찬사'와 우리 국회 의원들의 '질타'. 1주일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극과극의 촌극은 대한민국 기업의 슬픈 자화상이다. 밖에서는 마냥 부러워하지만 안에서는 날을 세우는 모순된 현실.
이 부조리한 무대에서 소비자들도 빼놓을 수는 없다. '일부'이긴 하지만 그들은 국내 기업이라면 손사래부터 친다.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를 제치고 최고의 전자통신 기업에 오르고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경제 위기를 뚫고 '글로벌 톱5'로 성장한 것은 '언플'(언론 플레이)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말까지 서슴치 않는다.

얼핏 보면 '소니 데자뷔'다. 과거 80년대 일본 소니 제품에 열광했던 것처럼 이제는 애플 아이폰에 환호하면서 '왜, 이런 제품을 한국에서는 못 만드냐'고 각을 세운다.

추락한 재계의 위상은 사실 기업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노조 억압…. 결국 기업인들의 '도덕적 재무장'이 재계 위상 세우기의 선결 조건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5000억원을 기부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정치권과 소비자들도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해달라"는 재계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재계의 슬픈 자화상은 피아(彼我) 를 떠나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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