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는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조한 성적을 장대 탓으로 돌렸다.


이신바예바는 30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4m65의 바를 몸 풀듯 가볍게 넘었지만 이어진 4m75와 4m80의 바를 연거푸 넘어뜨리며 6위에 그쳤다. 기대에 반하는 성적으로 재기의 꿈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세계기록을 27번 갈아치운 노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듯했다. 다른 선수들이 분주하게 바를 넘을 때 이신바예바는 혼자 모자를 눌러쓰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몸을 푸는 장면이 대형화면을 통해 보일 때마다 관중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큰 소리로 “모자 좀 벗어라”, “너무 예의가 없다” 등의 쓴 소리를 외쳤다. 한국말을 알아들을 리 만무한 이신바예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첫 번째 시도 전까지 스파이크를 신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했다. 동시에 치러지는 다른 종목의 경기를 엿보기도 했다.

이신바예바는 4m65를 통과한 뒤 바로 4m75에 도전했다.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0.10m를 올려 또 한 번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 그러나 과감한 선택의 결과는 초라했다. 첫 시도에서 힘껏 도약한 몸이 바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문제는 그 뒤였다. 4m75를 다시 도전하지 않았다. 4m80으로 바를 올려 또 한 번 적지 않은 시간을 벌었다.



이전 몸 상태였다면 이는 효과적인 작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긴 슬럼프 끝에 지난해 1년여의 공백을 겪었고 실전에 복귀한 지도 9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이에 한 폴란드 매체 기자는 “계속 4m75에 도전해 실전 감각을 익히고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긴 공백으로 달리는 스피드가 줄어들었다. 폴의 탄력이 이전과 같지 않아 특유 유연한 공중동작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부진의 이유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신바예바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패인으로 장대를 손꼽았다. 경기 뒤 “장대가 내게 맞지 않았다. 너무 부드러웠다”며 “바를 넘을 때마다 장대를 계속 바꿔야 했다”고 밝혔다. “장대가 낚싯대처럼 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신바예바는 자신의 가능성을 확고하게 믿었다. 그는 “아직 세계기록을 더 세울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며 “그 포인트를 찾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2012 런던올림픽을 향해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뒤처진 실력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우승을 차지한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는 이신바예바의 부진에 대해 “기술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5m 이상을 넘는 선수라도 긴 공백을 메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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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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