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도중하차하는 행태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7년 남해군수 재직 시절에도 임기를 2년6개월이나 남기고 군수직에서 사퇴했다. 물론 이때도 국회의원 선거(제18대)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공천을 받지 못했고, 결국 산림청장에 임명됐다.
추석을 앞두고 본인의 이름과 직함(차관)이 적힌 선물을 경남도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 차관은 "내가 (선물을) 보냈다"며 당당하게 나서더니, 선관위 조사 이후 "모르는 일이다"로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 해명을 하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aT 사장 재임기간에도 본인의 고향인 경남 남해지역에 수차례 내려가 강연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공식업무라고 보기에도,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차관 시절에도 업무는 뒷전이었다"고 귀띔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 뒷말이 무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기업의 주요 자리가 대선때 여권에 기여한 인사나 총선에서 낙천·낙선자를 위한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유능한 낙하산도 얼마든지 있지만, 공직을 선거에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듯한 모양새에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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