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파동, 비켜갈 수 없다"..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배추값은 한 해에도 몇번씩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작년 가을 한때 포기당 1만원을 돌파하며 '배추대란'을 불러오더니, 6개월 뒤인 올 4월엔 값이 1000원대까지 폭락하며 밭을 갈아 엎는 '역(逆)배추대란'이 벌어졌다. 그 후 4개월이 지난 지금은 포기당 또 5000원을 넘보고 있다. 배추값은 왜 이리 널뛰기를 하는 걸까.
배추값을 좌우하는 것은 기후, 생산량, 유통구조 등 많은 변수가 있는데, 무엇보다 배추의 태생을 들여다 보면 쉽게 이해된다.
배추는 육묘에서 한달간 자란 후 밭에 옮겨져 2개월이 지나면 다 자란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3개월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배추는 봄배추, 고랭지배추(여름배추), 가을배추, 월동배추(겨울배추) 등으로 나뉘어 1년 사시사철 끊임없이 재배·생산이 반복된다.
타작물과 마찬가지로 배추도 출하되는 시기에 생산되는 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격이 출렁인다. 고추, 마늘, 양파 등은 한 해에 딱 한 번 출하되는것과 달리 배추는 3~4개월 단위로 네 번 출하된다. 이 때마다 생산량에 따라 값이 오르내린다.
배추는 유독 날씨에 민감해 이 생산량은 기후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배면적을 예측수요에 맞춰도 별 소용이 없는 이유다.
배추는 더울때 재배하면 썩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여름에도 선선한 고랭지를 이용해 일부를 생산한다. 우리나라 고랭지 재배기술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이런 기술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그게 바로 작년의 일이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고랭지배추는 대부분 녹아내렸고, 한참 재배야 할 시기인 8~9월엔 태풍과 폭우가 불어닥쳐 밭이 완전히 망가졌다. 정상적으로 나올 물량마저 물난리로 싹 쓸어가버렸다. 수확량은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고 이 영향이 가을배추에까지 이어져 '배추대란'을 몰고왔다. 급기야 정부가 직접나서 배추를 수입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가격이 폭등하자 농가들은 너도나도 배추재배에 몰려 들었고, 그 여파로 올 봄엔 배추가 과잉생산돼 값이 10분의 1까지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6월 말부터 두 달 가까이 장마가 이어져 이제는 또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배추 재배면적이 일정치 않다. 최근 5년중 배추면적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으로 4만2000ha에 달했다. 면적이 넓어 수확량이 많다보니 가격이 폭락했다.
이 때문에 다음해인 2007년엔 면적이 3만4200ha까지 줄었다. 다음해엔 또다시 3만7200ha로 늘어 가격이 또 떨어졌다. 작년에는 2만8270ha까지 줄었다. 매년 이러기를 반복한다. 가격이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유통구조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밭 작물을 몽땅 사들이는 일명 '밭떼기상(산지 유통인)'이 배추 전체 유통량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데, 올해 초 한파가 지속되자 배추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이들이 일선 농가들과 대량으로 계약을 맺었다. 아무리 정부가 물량조절을 권해도 농민들로선 '돈줄'인 밭떼기상들이 원하면 재배물량을 늘리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농협을 통해 계약 재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농협이 계약 재배하는 배추 물량은 1~3% 안팎으로 최고 20~30%에 이르는 다른 작물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박수영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배추값)기상 변화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계약 재배 물량을 늘려 산지유통인에 의한 공급량 및 가격 변동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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