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고물가 비명인데...정부 "日 저물가 비결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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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과 일본 양국이 수요와 공급 양측면에서 모두 구조적인 물가안정과제를 안고 있으며 각종 과제를 추진하는 모습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은 2000년대 이후 물가가 사실상 제로에 묶여 우리나라나 다른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정부는 일본의 장기적인 물가안정 기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관세율,유통구조, 불공정행위제재 등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키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 물가안정요인및시사점'을 논의하면서 "장기간 물가가 안정된 일본의 사례를 검토해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된다"면서 "일본의 장기 물가안정은 장기불황에 따른 구매력 위축과 엔화 절상 등 거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으나, 미시적으로는 생산원가 절감, 자원재활용 및 에너지 절약, 낮은 진입규제, 다양한 유통채널 등이 물가안정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와함께 "저가 선호, 검소한 음식문화 및 합리적 소비문화 등 문화?행태적인 측면도 물가 안정의 요인으로 평가된다"면서 "앞으로 일본의 사례를 분야별로 검토하여 진입규제 완화 및 경쟁촉진, 유통구조 개선, 재활용 활성화, 해외농업개발 확대 등 대책수립에 적극 참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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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00년대 평균 물가 제로...韓 7개월 연속 4%대=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00년대 이후 평균 물가상승률이 -0.3%로 한국(3.2%)ㆍ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2.7%)보다 각각 3.5%포인트, 3.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가격변동폭이 큰 농수산물과 석유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대부분의 기간 동안 마이너스 수준을 보이는등 다른 나라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석유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품목들이 0% 내외의 안정세('05.1~'11.6월 평균)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높은 가공식품 비중(13.5%, 한국: 6.1%), 자가임대료(비중: 14.2%) 반영 등으로 공업제품ㆍ집세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나 가격 상승률이 10% 내에서 억제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제품 가격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공업제품 가격은 2008년 유가 급등기를 제외하고는 0% 내외(한국보다 평균 3.7%포인트 낮은 수준, '05.1~'11.6월)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집세는 1990년대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 이후 약세가 지속되면서 대체로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전세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예년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시현하고 있다.

◆거시적측면 총수요 낮고 부동산 가격 하락세 탓 =재정부는 일본의 물가안정 요인을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총수요 압력이 오랜 기간 낮게 유지되고 부동산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데다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경험으로 일본 국민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엔화강세도 수입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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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적인 측면에서는 경기 불황 및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임금ㆍ임대료ㆍ물류비 등 생산요소비용이 안정됐고 에너지 절약, 자원 재활용 등을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본의 경우철ㆍ구리 등 주요 금속자원의 재활용률이 미국ㆍ독일 등 여타 선진국보다 높고 식품 유통기한, 음식점 영업시간 등에 있어서도 자원 및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통기한(Sell by date) 대신 소비기한(Use by date)ㆍ상미기한(Best before) 제도를 운영하여 식품 반품ㆍ폐기비용을 줄이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대상은 부패ㆍ변질 우려가 커 단시일내 섭취가 바람직한 식품을 말하며 상미기한 표시대상은 저장성이 있고 변질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식품이다. 소비기한ㆍ상미기한을 경과하더라도 부패ㆍ변질되지 않은 식품에 대해서는 판매를 허용하여 자원낭비를 억제한다. 다만, 소비기한ㆍ상미기한을 경과하여 부패ㆍ변질된 식품을 판매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日 업종 시장집중도 낮고 소비기한 등 규제 풀고 처벌 강화=정부도 소비기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유통기한 제도 하에서는 부패ㆍ변질 여부와 관계 없이 유통기한을 경과한 식품의 판매가 금지되고 이 의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영업정지 7~30일 부과등을받는다.


일본은 주요 생필품 제조업종의 시장집중도가 우리나라보다 낮아 국내 생산기업간에도 가격 경쟁여건을 형성하고 있다. 2008년 기준 업종별 시장집중도(상위 3개 시장점유율합계)를 보면 설탕(한국 100,일본 52.2), 라면(90.1, 69.3), 맥주(100.0, 90.0), 소형차(100.0 , 77.2), 휘발유(86.6, 54.2) 등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시장집중도가 우리보다 낮은 것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강제조사권ㆍ기업분할명령 등)에도 기인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유통단계에서도 주요 채소류 생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가격 변동성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편이다.해외 곡물 생산기지ㆍ유통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하고 있다. 채소 유통비용이 우리나라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농가수취율이 높으면서 소매가격이 안정된 구조다. 유통경로는 우리나라처럼 4~5단계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산지유통인 제도가 없고 주로 생산자단체를 통해 출하기능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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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장 빅4 좌지우지 韓과 달리..8개 원매사 중심=석유시장의 경우도 정유사의 과점체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8개 원매회사(元賣會社, 정유사로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이를 특약점, 판매점, 소비자에 판매)의 상호경쟁을 통해 석유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주요 석유제품 수입비중이 3%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1%미만(휘발유는 0%)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자가폴(24.8%)ㆍ셀프(20.6%) 등 원가절감형 주유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여 주유소 단계에서의 가격 경쟁이 원활한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단계에서는 장기간의 경기불황 및 검소한 소비문화 등으로 소비자의 저가(低價) 선호가 전반적으로 확산됐다. 소량ㆍ소찬의 식(食)문화 등으로 음식 쓰레기 발생에 따른 자원낭비가 최소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는 한식문화 등의 영향으로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일본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채소류 소비(연간 131㎏/1인)가 우리나라(254㎏)의 52% 수준이고 특정 식재료에 수요가 편중되지 않아 채소가격 변동성이 제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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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문화가 보편화돼 있어 식사공간ㆍ서빙직원이 불필요한소규모 테이크아웃형 음식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점심값 등 필요한 액수의 현금만 소지하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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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거시미시적 측면 노력..진입 규제 개선"=재정부는 일본의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도 총수요의 적정 관리 등 거시적인 물가안정 노력과 함께 생산, 유통, 소비 등 각 단계에서의 미시적인 물가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수요관리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도시광산산업, 내구재ㆍ준내구재 대여시장을 적극 육성하고 현행 기본관세율 체계ㆍ수준의 적정성을 평가해 서민밀접품목, 독과점품목 등을 중심으로 관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실효성 있는 독과점 감시ㆍ제재 및 경쟁촉진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유통측면에서는 정유사와 경쟁가능한 사업자를 육성ㆍ확대하고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여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전문 물류ㆍ유통업체가 확대ㆍ성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관련 진입ㆍ영업 규제 등을 적극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병행수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통관수입절차 완화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소비자단체의 역량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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