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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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성근 감독이 SK를 떠난다. 시즌 도중 밝힌 폭탄 발언. 구단은 수습에 진땀을 흘린다. 갑작스런 균열의 원인은 무엇일까. 또 김 감독과 SK의 걸음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그간 인내가 폭발하고 말았다.”

김성근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한 관계자는 깜짝 발언에 대해 혀를 끌끌 찼다. 그는 “김성근 감독은 꼬장꼬장한 사람”이라고 운을 뗀 뒤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심일 것이다. 마음을 돌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사실 충격적인 선언의 시점은 적절하지 않았다. SK는 2위 자리를 놓고 KIA와 치열하게 다툰다. 삼성이 버티는 선두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김 감독은 자신의 발언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자진 사퇴를 선언한 17일 SK는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0-9로 졌다. 선수단은 내내 무기력했다. 선발 게리 글로버는 한국 진출 뒤 가장 많은 8점을 내줬다. 타선 역시 9안타를 때렸지만 한 점도 얻지 못하는 침체에 시달렸다.

김 감독은 “올해 봄부터 사퇴를 결심했다. 캠프 끝나기 이틀 전부터 고민하고 버텨왔다”며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에게 결례가 될까봐 언제쯤 얘기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심사숙고를 감안하면 속내는 시즌 뒤 밝혔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재계약 문제를 하루 빨리 매듭지어야할 것 같았다. 지저분하게 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근 SK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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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끌끌 찼던 관계자는 이를 출사표로 바라봤다. 그는 “재계약을 둘러싼 김 감독과 구단의 불화가 최근 기사를 통해 자주 거론됐다”며 “선수단의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는 위험을 과감한 결단으로 막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일구회 한 관계자도 “감정적인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은 팀이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에 올라가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어쩌면 자진사퇴 발언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91년 백인천 감독도 LG 선수단 통솔에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사퇴 예고’라는 강수를 둔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LG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김 감독과 구단 사이가 틀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김 감독은 그간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선수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을 만들어나가야 했다. 그 속에는 부상자들이 많았다. 구단은 5년 동안 자유계약선수(FA)를 한 명도 잡지 않았다. 모든 걸 내가 만들어 가야하는 체계였다. 모든 짐을 짊어져야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대다수 야구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모두 재계약에 대한 구단의 소극적인 태도를 손꼽는다.


김 감독과 SK 구단은 6월부터 재계약을 논의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에는 이상 징후가 속속 나타났다. 가장 큰 걸림돌로 대두된 건 지지부진한 계약. 구단 측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면서도 적지 않게 시간을 끌었다. “시즌 뒤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까지 보였다. 이에 김 감독은 “재계약 의지가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올해 초 김시진 넥센 감독은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그는 “구단과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성근 감독은 2007년 SK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자신의 처지에 실망감을 느낀 건 어쩌면 당연했다.


갈등은 구단 측의 불필요한 입장 표명으로 더욱 깊어졌다. SK 구단은 언론을 통해 “앞으로 감독에게 요구할 건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훈련경비 지출과 일본인 코치 선임 문제다. 김 감독의 야구는 훈련의 연속으로 일컬어진다. 다른 구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할애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소화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은 4개월 이상. 더구나 SK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오키나와에 재활캠프를 차렸다. 훈련만 놓고 보면 지출은 타 구단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 코치 제한은 김 감독이 직접 거론해 알려진 문제다. 그는 “구단에서 외국인 코치에 제한을 두려는 것 같다”며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나의 야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꽤 답답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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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SK 2군 감독

이만수 SK 2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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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각에서는 자진 사퇴 발언을 재계약 협상의 연장선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측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아쉬운 건 SK 구단이지, 김성근 감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은 SK에서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감독 자리가 많이 생기는 요즘 가장 뜨거운 후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표면적으로 새 감독이 필요한 구단은 SK와 제 9구단 NC 다이노스 두 곳이다. 두산 역시 곧 다가올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 뒤를 생각해야 한다. LG도 올해 성적에 따라 박종훈 감독과의 계약에 변화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떠나는 SK의 공백은 누가 메울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만수 2군 감독이다. 2007년 수석코치 선임과 동시에 차기 감독 루머가 돌았을 만큼 자주 후보로 거론됐다. 더구나 그는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진행한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양한 퍼포먼스 등을 펼치며 팬들과 소통에서 능숙한 면모를 뽐냈다. 하지만 선수단의 지도력까지 검증을 받은 건 아니다. 더구나 김 감독의 사퇴는 일본인 코치의 부재는 물론 측근 코치들의 이동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국 SK 구단의 고민은 지금보다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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