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이야기]선박의 무덤 ‘해체조선소’
25년 전후면 수명 끝···고철로 재활용
인도·방글라데시 등 후진국 산업
국내 한 해체조선소에서 직원들이 선박을 해체하고 있다.(사진= 네이버 카페 '배짓는 사람들'((http://cafe.naver.com/shipbuilding/))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선박도 마찬가지다. 철판을 자르고 붙여서 블록을 만들고, 이들 블록을 도크로 옮겨 다시 연결하면 선박이 된다. 그리고 수명을 다한 선박은 다시 해체 전문 조선소로 넘겨져 철판 조각으로 잘라져 새롭게 만들어지는 선박에 사용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듯이 조선기술의 진보로 강재와 도료의 품질이 고도화 되면서 선박의 수명도 연장되고 있다. 배의 수명은 적재화물이나 운항조건 용도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는데, 사람을 나르는 여객선 수명이 유조선 또는 화물선에 비해서 긴 편이다. 군함의 경우는 50년 넘게 운용하다 퇴역하는 경우도 있다. 즉, 선박의 수명을 사람의 나이로 보려면 대략 선박의 나이에 3~4를 곱하면 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선박의 나이는 20년이면 폐선에 대비해야 했으나 최근에는 25년 이상 항해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박의 수명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경기와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에 민감···젊은 배도 사라져= 세계 무역의 호황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면 화물을 실을 배가 모자란다. 이럴 때는 당연히 해상운임이 올라가게 되는데, 물동량을 잡기 위해 해운사들은 새로운 배를 건조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후화 된 중고선박도 닥치는데로 구입하거나 용선을 한다.
조선·해운업계가 동반 성장하던 2000~2007년까지가 바로 이러한 호황기였다. 2000년대초반만 해도 해운업계의 폐선 기준 선령(선박의 나이)는 26년 이었으나 시황이 절정에 달한 2007년 무렵에는 32년까지 급증했다. 물동량이 넘쳐났기 때문에 운임료가 선박 관리비보다 비쌌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해운 시황이 곤두박질 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화물이 줄고 운임이 급락하면서 선박이 항해를 하면 할수록 적자만 발생해 기존 선박을 어떻게든 줄여야 했고, 발주한 신조 선박도 인도를 못하거나 매물로 내놓는 선사가 속출했다. 중소 해운사는 아예 문을 닫기까지 했다.
이러다보니 해체기준 선령은 불과 1~2년여 만에 27~28년까지 떨어졌고, 20년을 갓 넘은 선박까지 해체의 길로 돌아섰다. 돈이 없는 해운사로서는 배를 팔아서라도 급전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늙은 배가 최후로 닻을 내리는 곳이 바로 ‘선박 해체장’이다. 선주와 조선사 관계자들의 화려한 축복속에 탄생한 선박은 하지만 장례식장인 선박 해체장 누구도 그녀(선박을 여성으로 칭함)를 기억하는 누구에게도 인사를 받지 못한채 이곳에서 쓸쓸하게 스러진다.
◆선박의 해체과정= 해체장으로 온 선박은 바다에서는 해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물 밖으로 끌어올려진다. 대형선박의 경우 예인선에 의해 끌려 해체장 앞바다까지 도달한다. 선박을 육지로 인양하는 일은 예인선과 잠수사까지 동원되는데 워낙 큰 배를 끌어올리다 보니 무게중심을 잃거나 배를 묶은 줄이 끊어지면 자칫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해체장 직원들이 가장 긴장감을 갖고 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끌어 올려진 선박에서는 먼저 해양이나 인간에게 해롭고 위험한 물질이 분리된다. 이어 생선살을 바르듯 겉에서부터 하나씩 잘라내는데 재사용이 가능한 부품들은 따러 빼내 보관한다.
선박해체의 주된 목적은 해체과정에서 나오는 고철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철판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대부분 고철로 사용된다. 이 고철은 녹여서 건축자재나 배를 다시 만드는 데 사용된다.
강철부품, 스테인리스, 밸러스트용 납, 구리 동선 등은 상태만 좋으면 재사용된다. 특히 밸브와 비철부분은 배에 따라서 잘만 건지면 큰 값에 되팔 수 있다고 한다. 배에 아직 남은 연료도 제법 쏠쏠하다.
◆전문가들이 관리= 해체장에서 일하는 ‘선박해체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배의 장례 지도사’라고 부른단다. 겉에서 보기에 오래된 배를 마구잡이로 부수는 것 같지만 이들은 배를 다뤄본 경험과 기술, 무엇보다 용접과 강재절단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이자 재활용 가능한 모양으로 강재를 선별해 따로 분해할 정도로 숙련된 베테랑들이다. 선박해체는 수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전문작업이자 선체부와 기관부, 의장부, 전기·전자부의 모든 내용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건비도 비싼데다가 환경오염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져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한국은 한 때 선박 건조 못지않게 선박 해체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인건비가 낮아 좋지만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으로 인한 대형사고 등 위험 부담을 고려해서 숙련된 한국인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로 과거에는 철재상들이 일본 등에서 중고선을 도입해 해체하면서 기계 부품과 중고철판으로 재미를 누렸고, 부산 영도 등지에는 폐선박에서 나온 부품을 취급하는 회사들이 번창해 발전기, 에어컨, 모터 등 종류별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산업의 발전으로 중고부품의 부가가치가 낮아지고 부품 재활용의 제한이 들어오면서 거의 제3국의 차지가 됐으며, 한국에서는 현재 몇몇 소수의 업체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방글라데시 등으로 옮겨= 선박해체가 유럽의 부두에서 이루어질 때엔 고도로 기계화된 작업이었으나 환경, 건강, 안전기준을 유지하는 비용이 증가하자 주력은 후진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도 조선업 초창기에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수십개의 해체조선소가 난립했으나 지금은 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해체조선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업자들은 아예 현찰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전 세계에서 돈 될 만한 폐 선박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선박 해체산업 강국은 인도와 방글라데시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 최대 선박 해체국으로 전 세계 선박해체 시장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어 방글라데시가 약 30%, 파키스탄 등 제3세계 국가들이 뒤를 잇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세계적으로 해체된 선박은 2670만DWT(재화중량톤수·850척) 규모이며 올해는 3980만DWT가 해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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