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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 이승오|이것은 포스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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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샤갈의 에펠탑의 부부, 116.8x91cm Paper Stack, 2011

Layer-샤갈의 에펠탑의 부부, 116.8x91cm Paper Stack,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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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쌓기의 조형적 방법론
이승오는 독특한 종이 쌓기 방법으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조형적 방법론 때문인데 그의 종이작업은 많은 미술가들이 시도해왔던 방식과는 구별된다. 종이 매체는 누구나 쉽게 대하고 활용할 수 있는 매체이나 그는 그 재료를 특별하게 만들어 보인다. 아무렇게나 방치된 혹은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았던 종이묶음이나 파지를 작품으로 전환시켰고 에너지를 불어넣어 생기 돌게 한다.
Layer-마그리트의 The big family, 116.8x91cm Paper Stack, 2011

Layer-마그리트의 The big family, 116.8x91cm Paper Stack,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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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단면, ‘두께’를 주목하다
그의 작업이 이목을 끈 또 다른 이유는 관점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보는 각도를 변화시켰다. 일반적으로 종이를 바라볼 때 넓은 면을 활용하기 때문에 사용도가 높은 평평한 면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는 종이 단면을 주목했다. 단면이 모이게 되면 일정한 두께가 형성되는 두께야말로 새롭게 종이조형작업을 정의할 수 있는 계기로 바라보았다. 수평이 아닌 수직개념이다. 이 수직적 깊이별로 나타나는 면에 새로운 조형언어로서의 가능성을 찾아내었다.

Layer-포스터, 116.8x91cm Paper Stack, 2011

Layer-포스터, 116.8x91cm Paper Stack,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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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무한한 표현성
그의 종이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방식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거칠게 자르면 나무의 결을 연상케 하고 정교하게 절단하면 섬세한 디테일한 감(感)을 만들어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각이나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이는 잘 계산하여 올린 종이의 적층구조 때문이다. 또 그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종이틈새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적절한 색상을 선택하여 작은 틈을 메워 나가는데 거칠게 보이는 작품도 다가가 보면 정돈되어 보이는 것도 결과 결 사이를 채우고 있는 틈새처리가 한몫 하고 있다.
그는 수개월 동안 물에 불리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는가 하면, 고서를 구입하여 시간이 기록한 흔적을 그대로 잘라 보여주기도 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색지를 이용하여 풍성한 색채의 세계를 보여준다. 단색조에서 벗어나 색채를 발견한 이후 그의 작업은 가속도가 붙은 감이 든다.

Layer-포스터, 116.8x91cm Paper Stack, 2011

Layer-포스터, 116.8x91cm Paper Stack,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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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각적 흥미의 명상적인 표현
이러한 방식이 특허를 받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기술적인 면도 있지만 누구도 생각 못한 사고의 전환에 기인한 바 크다. 이렇게 제작한 작품은 독특한 시각적인 리듬감을 형성한다. 물감 이상의 맛도 전달해서 회화적 방법을 다른 각도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여러 특징 가운데 이승오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것은 반복적 특성이다. 크고 작은 종이의 연속적으로 쌓음으로 인해 명상적인 표현을 만들어낸다. 그것도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미묘한 변화의 연속이다. 그 종이 결이 시지각적으로 흥미를 만들어낸다.
또 하나의 특징은 마티에르다. 작가는 수많은 유형의 종이를 자르고 분류하여 일정한 형태로 거듭하여 쌓아 올린다. 그 결과 일정한 크기와 두께로 이어지는 결은 독특한 마티에르를 만들어낸다. 질박한 느낌이다. 거기에서 감상자는 시각?촉각적 미감을 경험한다.
Layer-포스터, 116.8x91cm Paper Stack, 2011

Layer-포스터, 116.8x91cm Paper Stack,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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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n't a poster
이승오는 종이라는 사물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활용함과 동시에 보다 유연한 제작태도를 가진 작가라 하겠다. 그에 따라 전통적인 개념의 미술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표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그는 포스터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작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여기서 단순히 포스터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그리트의 사유를 빌어 와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가고자 하였다. 알려진 바, 마그리트는 자신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에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로 언어유희를 보여주었다. 정교하게 그린 파이프는 실재 파이프가 아니라 결국 그림으로, 마그리트의 사유를 잘 보여준 사례다. ▲이승오는 이러한 방식을 자신의 포스터 연작에 접목해 보인다. 로트렉 등 거장들의 포스터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포스터를 재구성했다. 여기서 그는 마그리트의 언어와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것은 포스터가 아니다 (It isn't a poster)’라는 이승오의 말대로 그의 포스터는 층층이 종이 겹으로 쌓은 구조물이다. 포스터의 기능과 역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결국 이승오의 포스터는 포스터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 자체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단어와 사물의 이미지는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다는 마그리트의 철학적 발상을 차용해온 것이다.

Layer-마그리트의 pipe, 116.8x91cm Paper Stack, 2011

Layer-마그리트의 pipe, 116.8x91cm Paper Stack,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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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건드리는 핵심적인 요소
그는 언어와 이미지의 유희를 일련의 포스터 작업에서 다루고 있다. 작업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대중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도상들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대상들이다. 그는 현대사회와 일상에 이모저모 관련 맺고 있는 거장들의 이미지를 다수 차용한다. 여기서 그는 그 작품을 닮게 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적 요소로 환원시켜내고자 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포스터가 광고이미지를 담는다 해도 작가의 손에서는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연출된다. 이러한 방식은 이승오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대중사회의 상징적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대중문화를 건드리는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작가는 그 힘을 잘 알고 있어 이를 자신의 도구로 삼는다. 팝아트 이후 기존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지를 이승오는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를 통한 메시지의 전달과 유희, 보다 자유로운 상상력은 그만의 기획이자 작업의 원동력이라 하겠다.

글=감윤조(예술의전당 큐레이터)

이승오(Lee Seung-oh) 작가는 ‘이것은 포스터가 아니다 (It isn't a poster)’라는 말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함축한다.

이승오(Lee Seung-oh) 작가는 ‘이것은 포스터가 아니다 (It isn't a poster)’라는 말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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