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일정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면 재고해야 한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가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 부과하는 것에 대해 납세자인 국민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듦으로써 잠재적인 통일비용을 증대시켰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통일세 신설을 놓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숙원이고 예상보다 일찍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비용 조달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통일세라는 목적세를 신설해야 하는지와 신설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래야 하는지는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통일세 신설은 올해 결정해 내년에 시행해야 할 만큼 화급한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당장 결정을 내리고 밀어붙이려 하기보다 당분간 사회적 논의에 붙여 본다는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의 전망이 조금이라도 가시화하기 전에는 통일비용은 '조달해야 할 것'보다 '감축해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남북 간 화해와 교류를 촉진해 통일비용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활용도가 낮은 남북협력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