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딸깍발이]불행해서 좋을게 뭔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며칠전 한 후배가 독후감 한편을 건네줬습니다. 독후감의 제목은 <"'나'에게서 빠져나오라"..버트란드 러셀의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받은 교훈>입니다. 내용이 잘 발췌돼 있고, 소감과 '휘트먼'의 시, 또다른 독서 경험이 곁들여져 있어 우선 '독후감' 자체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내용은 더 훌륭했습니다. 독후감을 읽고 감동 받기는 처음입니다. 한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 불행에 대한 생각들이 밀려들었습니다. 곱씹을 대목도 많았습니다.
완전히 낚인 셈이죠. 언제 한번 제대로 행복한지, 불행한지 따져보고 산 적도 없는 내게 갑자기 커다란 화두가 던져진 것입니다. 행복의 기준은 ? 행복의 크기는 ? 잘 들여다 보여지진 않습니다. 혹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해본 적은 있습니다. "내가 행복한 건가 ?" 행복 ? 그게 뭐 어쨌다는건데...누가 물으면 '씨부렁'대듯이 옹알거리고 맙니다. 무엇 때문에 ?
러셀은 말한 행복에 수긍이 가기는 합니다.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이 단념했다."
"나 또한 자신의 죄와 어리석음, 결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랬으니 나 자신을 불행한 괴짜로 여겼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점차 자신과 자신의 결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을 배워나갔다."
"원하는 것을 빠짐없이 가지고 있어도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비참한 것으로 결론 짓는다. 이런 사람은 원하는 것들 중 일부가 부족한 상태가 행복의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다른 이들의 행복론을 꺼내봅니다.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이란 글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고 ,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답합니다.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그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이 우리에게 얼마나 해로운 지, 긍정적인 감정이 얼마나 이로운 지를 배우는 것이 행복의 찾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음속의 분노, 미움, 두려움, 불안, 자기 고통의 비하들이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런 감정을 버리는 행위로서의 마음의 수행을 통해 행복을 찾으라고 설파합니다.
악덕한 부인과 결혼한 소크라테스는 "착한 부인을 만나면 당신은 행복할 것이요, 나같이 악덕한 부인을 만나면 당신은 철학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 난 결혼을 한게 잘 한건가 ? 일단 철학자가 되지 못 했으니 행복한 건가 ?
러셀, 톨스토이, 달라이 라마, 소크라테스의 행복론을 종합하면 "옆사람한테 있을 때 잘 하고, 나쁜 생각을 갖지 말고 결혼하든지 안 하다든지 알아서 하면 행복해진다"는 겁니다. 참 쉽죠이 !!
천천히 이들의 행복론을 내게 대입해 봅니다. 난 주변사람들(=돈, 건강, 가족, 일, 출세, 명예, 사랑)이 언제든지 괴물로 돌변해서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삽니다. 선행을 하기는 커녕 이성을 잃은 못된 괴물이 나를 목표물로 삼을 때 어떤 경우라도 불안과 좌절감을 보이지 않겠다고 나를 단단히 결박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벗으로서가 아니라 잠재적인 괴물로 여기며 퇴치할 방법으로서의 무기들을 미리미리 챙겨놓느라 혈안입니다.
실제로 내게 괴물로 다가온 그들을 상대할 때 대꾸할 기력이 없어 오히려 무력해지고, 절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 절망이야말로 괴물들이 노리는 수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되고 맙니다. 괴물들은 무력해진 나를 허물고 막말과 험담을 토해내고 파탄시키려 합니다. 불쾌합니다. 괴물의 의도적인 수법에 불쾌하고, 절망하는 내가 불쾌합니다.
불행히도 괴물들과의 게임의 법칙을 모릅니다. 나도 괴물도 서로 광폭해지고 반칙을 일삼습니다. 도의가 있을 수 없으며, 평화롭게 대화하지도 않습니다. 대화를 한두번 시도해보지만 괴물과 나는 서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상심합니다. 옳음을 따질 수 없고, 이길 수가 없어서 상심합니다.
악질적인 괴물은 더욱 노련하면서도 지속적이고 치밀하게 나의 도발을 유도합니다. 이미 나는 흥분하고 증오, 비하, 분노로 가득찹니다. 괴물은 낙폭하게 나를 물어뜯자 나 또한 폭력을 행사합니다. 괴물과 나는 이제 폭력을 즐기는 수준으로 변합니다. 폭력과 더불어 협잡과 음해도 서슴치 않습니다.
나도 괴물을 닮습니다. 이성도 없습니다.가책도 없습니다. 모욕하고, 상처를 주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더더욱 책임은 염두에 두지도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영웅처럼 굴고, 그런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괴물을 응징할 때마다 영웅심이 더 커지고, 주변사람들한테는 내게 환호하라고 강요합니다.
오히려 행복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 이상할 정돕니다. 나도 내 주변사람도 행복할 여지가 별로 없고, 그들과 괴물처럼 살지 않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나는 불행에 중독돼 늘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이쯤 깨달았으면 불행에서 탈출할 수 있는 첫걸음은 시작한 것일까 ? 행복은 어디서부터 출발하지 ? 숲속에서 나무만 헤아리다 길을 잃을 것만 같습니다. 어쨌든 나무결이라도 만져보러 숲으로 들어가봐야겠습니다..
먼저 할 일은 어떤 일을 해야만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내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같습니다.
사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큰 방해자는 나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나는 나 자신을 먼저 설복시키려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 자신하고 먼저 대화하고, 토론해야합니다.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는 꿈을 실현시켜주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일과 사랑, 친구, 돈, 명예... 모든 것을 괴물로 만들고, 안 만들고는 바로 자신이 달려있다는 생각입니다. 밥을 먹어도 맛이 없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어도 갈증나고, 돈과 현실이 각박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소외받고, 놀면서도 지친다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감히 행복론을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나 우리가 함께 해서 즐겁고, 하나의 꿈을 바라보고, 나날이 우리의 성과에 만족한다면 보다 큰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