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채찍에도 꿈쩍 않는 타격 난조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시진 넥센 감독이 변했다. 특유의 인자함을 벗었다. 대신 먼지 묻은 채찍으로 조련에 나섰다.
25일 목동구장은 투명한 매질로 분주했다. 잔디는 숨을 쉴 틈이 없었다. 이날 오전 그라운드는 넥센 2군과 경찰청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경기 뒤에는 바로 1군 선수들이 투입됐다. 평소보다 1시간 빠른 오후 2시부터 몸을 풀었다.
이른 훈련은 최근 추락에서 비롯된다. 넥센은 이날 경기 전까지 6연패를 당했다. 리그 꼴찌로 떨어졌다. 2008년 창단 뒤 최다 연패 타이의 불명예까지 눈앞에 뒀다.
김시진 감독은 끝내 칼을 빼들었다. 새로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강수를 뒀다. 그 첫 타깃은 4번 타자 강정호. 전날 주루플레이 미숙을 근거로 1군 명단에서 제외했다. 어떤 선수든 긴장을 놓는 순간 2군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그는 훈련 강도에도 변화를 가했다. 양을 늘리는 한편 다양한 실험을 강행했다. 3루 더그아웃 앞에 마련한 대형 샌드백이 대표적이다. 타자들은 베팅게이지 타격이 끝날 때마다 차례로 모래 빠진 가죽을 후려쳤다.
구단 관계자는 “창고에 꽤 오래 묵혀있던 기구”라며 “다시 꺼내는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배트 스피드 증강과 타격 포인트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소감은 조금 달랐다. 한 선수는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했다. 몇몇 선수들은 다소 의아해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집중하려 애썼다. 고참인 송지만의 솔선수범 때문이었다.
송지만의 매 타격은 신중했다. 샌드백이 조금만 흔들려도 기다렸다. 단 한 번의 스윙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낮은 목소리로 “고령에 정말 고생이 많다”, “선수들이 지만이형만 닮는다면 연패를 끊을 수 있을 텐데”라고 했다.
1군에 막 합류한 선수는 혹독해진 환경에 어리둥절해했다. 올해 한양대를 졸업하고 입단한 고종욱이다. 그는 김성갑 코치의 지도 아래 따로 도루훈련을 받았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그지만 돌아온 건 질책이 더 많았다.
“이 바보야. 투수가 발을 떼는 걸 확인하고 뛰어야지.”
옆을 지나가던 정민태 코치도 잔소리에 가세했다.
“우리 모교를 물 먹이진 말자. 응?”
30여분 잔디에 몸을 굴린 탓에 유니폼은 엉망이 됐다. 김성갑 코치는 이내 “경기 때 나랑 유니폼 갈아입자”고 농담을 건지며 선수의 기를 살려줬다.
3시 30분이 되자 선수들은 일제히 공을 줍기 시작했다. 훈련을 마칠 때쯤 볼 수 있는 풍경.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바로 새로운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해 세 차례밖에 치르지 않은 시뮬레이션 배팅을 소화했다. 전날 넥센은 KIA와의 경기에서 9안타에 8개의 4사구를 얻고도 3점을 뽑는데 그쳤다. 잔루는 총 11개였다.
김시진 감독은 2군의 이희승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예고된 KIA 선발 양현종을 대비한 맞춤형 훈련이었다. 이희승은 직구와 변화구를 고르게 섞어 던졌다. 심재학 타격코치는 임시로 상황을 설정, 타자들에게 연거푸 실전임을 강조했다. 선수들은 안타성 타구를 때리면 재빨리 1루로 내달렸다. 아웃되면 소리를 지르거나 아쉬워하며 배팅게이지 밖으로 돌아섰다.
경기 전 너무 힘을 뺀 탓일까. 이날 넥센은 1-8로 지며 7연패에 빠졌다. 패인은 전날과 비슷했다.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이날 넥센은 양현종을 상대로 6회까지 4안타와 6볼넷을 얻었다. 하지만 1회 2사 만루 찬스를 놓치는 등 매 회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선발 금민철도 2.2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며 김시진 감독의 속을 답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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