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 잘 나가는데…정책금융 재편 논의 '잠잠'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밝혔던 '정책금융IB(투자은행)' 구상이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메가뱅크'론에 밀려 지지부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한국금융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 정책이 타당성이나 중요성 보다는 '사람관계'에 의해 정치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외부용역을 통해 정책금융기관 기능 재편의 방향 및 영향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기관 기능 재편은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 글로벌 대형 IB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의 기능을 재편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진출을 지원(파이낸싱)해야 한다는 게 그 요지다.
그러나 최근 강 회장 주도로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한 메가뱅크론이 급부상하면서 정책금융기관 기능 재편 논의는 수면 밑으로 들어간 형국이다. 현재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지주 인수시 500조원 이상 규모의 세계 50위권 대형은행이 탄생,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금융위는 일단 정책금융 재편 논의가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금정국장은 "최근 수출입은행에 정책금융공사가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시행한 것도 기능 재편의 일환"며 "관련 기관간의 업무조정 및 협업관계 주축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기관들에서는 금융위로부터 진행 상황에 대해 아무런 전달 사항도 받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잠깐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업무조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재편대상 기관도 6개에서 3개로 줄었다. 산업은행이 민영화 논의로 인해 빠졌고, 신보ㆍ기보의 경우 수출기업 지원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3곳만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저축은행 사태, 우리금융 재매각 등 굵직굵직한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위가 정책금융 기능 재편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있어 당국의 추진력이 약화되고, 금융위(정책금융공사),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 지식경제부(무역보험공사) 등 소관부처도 제각각이어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대외경제장관 회의에서 지경부와 합의를 마쳤다"며 "윤곽이 잡혔다"고 반박했다.
또 메가뱅크의 경우 강 회장이 뚝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정책금융 기능 재편은 이슈를 이끌고 나갈 '주체'가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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